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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타이 시위대 공항점거 ‘쿠데타 서곡’인가

등록 2008-11-28 19:14수정 2008-11-29 01:52

솜차이 총리, 강제해산 대신 ‘협상’ 택해
군부, 중립 표명하지만 사실상 사태 묵인
타이 정부가 방콕의 공항 두 곳을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강제해산 방침에서 협상 쪽으로 돌아섰다. 시위대는 솜차이 정부가 물러나기 전까지는 공항 점거를 풀지 않을 태세다. 사태의 결정권은 점점 타이 군부의 손을 향해 옮겨가고 있다.

■ 군부의 움직임 타이 제2의 도시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솜차이 웡사왓 총리는 수도 방콕에서 민주주의민중연대(PAD)가 이끌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27일 각 공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력 투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비상사태 선포 8시간 만인 28일 오전, 나타웃 사이쿠아 정부 대변인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시위대와 협상 창구를 열어놓겠다”며 “시위대가 협상을 거부하면 공항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비폭력 원칙 위에서 취하겠다”고 말했다.

친정부 세력도 반격에 나섰다. 28일 민주주의민중연대의 손티 림통쿨 대표가 소유한 방콕 중심가의 한 방송국에 괴한이 수류탄과 권총을 난사해 아나운서 1명이 다치고 방송이 10분 동안 중단됐다.

현 정부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군부는 공식적으로는 현 사태에 대해 중립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27일 방콕 시내에서 탱크와 장갑차 등 병력 이동이 목격되면서 군부가 쿠데타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커졌다. 쭐랄롱꼰 대학의 파니탄 와타나야곤 교수(정치학)는 <에이피>에 “정부가 비상사태 포고령을 이용해 시위대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군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반정부 시위대도 내심 군부의 쿠데타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이 고도의 보안경계 책임을 맡고 있는 방콕의 공항들이 민간인 시위대에 너무 쉽게 점령된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타이 군부는 2006년 쿠데타 때에도 민주주의민중연대의 시위와 보조를 맞췄다.

■ 반정부 시위대의 정체 민주주의민중연대 등 현재 반정부 시위대가 타도하려는 솜차이 정부는 과거 부패 혐의가 있다 해도, 지난해 총선에서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얻어 당선된 민주정부다. 지난해 선거는 탁신 친나왓 전 정권을 무너뜨린 타이 군부의 쿠데타를 극복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졌다.

쭐랄롱꼰대의 짜이 웅빠곤 교수는 26일 <한겨레>에 보내온 글에서 “민주주의민중연대는 강력한 배후를 가진 왕정 파시스트 폭도”라며 “군부는 접어두더라도, 왕가, 야당, 법원, 주류 언론, 대학 등 강력한 지지층을 업고 있다”고 주장했다. 짜이 교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은 대부분 빈민층인 타이 유권자들에 대한 경멸”이라며 “그들은 ‘신질서’라는 이름의 독재로 시계를 되돌려놓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26일 시위에서 친정부 성향의 택시기사들에게 총을 쏜 민주주의민중연대의 손에도 푸미폰 아둔야뎃 현 국왕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선거를 통해 타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했으나 탁신 전 정부와 그 연장선인 솜차이 현 정부 역시 심각한 부패로 정통성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친정부 시위대는 탁신부터 그의 매제인 솜차이까지 탁신 일가의 부패와 독직 혐의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타이 민주주의가 기득권 옹호 왕정 세력과 부패한 포퓰리스트 정치 세력 사이에서 고사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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