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은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19층 랑데부홀에 26일 한국인들과 현지인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갇혀 있다. 코트라 뭄바이무역센터 제공, 연합
싱 인도총리 “테러세력 국외에 근거” 파키스탄 연관설 제기
인도의 경제 중심도시 뭄바이(옛이름 봄베이)에서 26일 저녁(한국시각 27일 새벽) 총기와 수류탄 등을 동원한 동시 테러 공격이 일어나 적어도 10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인도 정부는 즉각 군경을 동원해 사태 진압에 나섰다. 무장 세력은 시내 타지호텔과 오베로이호텔, 차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 등 적어도 10여곳에서 정부 당국과 대치하고 있어, 인명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27일 뭄바이 증시는 하루 휴장을 선포했으며 시내 대다수 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뭄바이 테러 세력이 국외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하고, 테러 관련 선박이 파키스탄과 관계가 있다고 해군이 발표하면서 파키스탄 관련설이 유력히 제기된다. 사건 직후에는 ‘데칸 무자헤딘’이라는 이슬람주의 단체가 스스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각 언론사에 보내기도 했다.
시내 주요 호텔과 기차역, 극장, 병원 등 시내 주요 시설들이 공격 대상이 되면서, 사상자들 가운데는 관광 및 사업차 뭄바이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국·영국인과 유대인들 일부는 인질로 붙잡히기도 했다.
한국인 외교관과 기업 주재원 일부도 공격 목표가 된 한 호텔에 있었으나 모두 무사히 대피해 동포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 “현지시각으로 새벽 3시30분(한국시각 오전 7시)에 뭄바이를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에 타기로 했던 승객 가운데 한국인 4명이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탑승 예정 승객이 실제 타지 않는 건 평소에도 드문 일은 아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인도에서는 과격파 힌두주의 세력과 이슬람주의 세력 등에 의한 대형 테러 사건이 종종 발생해 왔으나, 사실상 시가전을 방불케 한 이번 공격으로 인도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김외현 이제훈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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