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대가정 1호>(사진)
지난주 홍콩소더비
47개 중 19개 유찰
47개 중 19개 유찰
‘안전 투자처’로 꼽히던 고급 미술 시장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 홍콩의 소더비 경매장에선 47개 출품작 가운데 19개 작품이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세계 미술시장의 스타인 화가 장샤오강(50)이 그린 <혈연: 대가정 1호>(사진)의 개시가격은 2306만홍콩달러(약 39억원)였다. 지난 5월 중국 화가 쩡판즈의 대형 딥티크(2폭 병풍 모양의 회화·조소 작품)가 기록했던 아시아 최고가 7500만홍콩달러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혈연…>에 손을 내민 구매자는 없었다. 쩡판즈의 <앤디워홀의 중국행 대장정>의 응찰 가격은 최저가(2000만홍콩달러)에도 못 미쳤다.
<비비시>(BBC) 방송은 6일 구매 희망자들이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게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한 차례 판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미술시장에도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영국 소더비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사상 최고가에 판매돼, 미술 시장이 금융위기 속에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는 분석을 무색하게 하는 전망이다.
최근 몇해 동안 중국 미술품을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품은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싱가포르 미술품 구매자 잭슨 시는 <로이터> 통신에 “현대 중국 미술품 가격은 꼭짓점에 올랐다”고 풀이했다. 소더비의 아시아현대미술 담당 에블린 린은 “지난 5년간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 이후 시장이 주춤하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신 동남아 미술가들의 저가 작품들에 수요가 몰렸다. 필리핀 출신 로널드 벤투라의 작품은 판매전 예상치보다 10배가 넘는 218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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