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총리 공관을 점령한 반정부 시위대의 한 청년이 2일 골프채를 무기 삼아 들고 친정부 시위대 습격에 대비해 망을 보고 있다. 방콕/AP 연합
타이 반정부 시위 9일째
비상사태 선포에도 “무력진압 않겠다”비협조
총리책임론 커져…유형사태 사전 계획설까지
비상사태 선포에도 “무력진압 않겠다”비협조
총리책임론 커져…유형사태 사전 계획설까지
사막 순타라웻 타이 총리가 비상사태 선언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비상사태에도 아랑곳 않고 세를 불리고 있지만, 치안 유지권을 장악한 군은 시위대에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
■군의 ‘침묵’=비상사태 선포로 5인 이상의 집회가 금지됐지만, 사막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노란색’(국왕 상징) 물결은 3일에도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했다. 민주주의민중연대(PAD)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4천여명은 수도 방콕의 정부청사에서 이날까지 9일째 농성을 이어갔다.
정작 군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시위대가 자진해산 하지 않으면 군경을 동원해 강제해산에 나서겠다는 사막 총리의 말에도 아랑곳 없다. 아누퐁 파오찐다 육군참모총장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어떤 경우에도 시위대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아누퐁 참모총장은 반정부 성향의 케이블 방송사 <에이에스티브이>(ASTV)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며 폐쇄해달라는 사막 총리의 요청도 거부했다. 정부 공보부의 선전매체 <엔비티>(NBT)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유다. 현지 일간 <네이션>은 이런 ‘비협조’적 태도를 통해 군이 사막 총리의 사임이나 의회 해산만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암시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막 총리 사임” 압박 고조= 사막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비상사태 선언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저해되는 것은 물론, 관광과 투자유치에도 타격을 입혔다며 사막 총리의 사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가혹한 경계조처는 향후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방콕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마히돈 대학과 나레수안 대학의 교수와 학생단체는 물론,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자협회 등 직능 단체들도 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며 ‘총리 책임론’에 가세했다.
특히 타이변호사협회는 지난 2일 새벽에 발생한 반정부-친정부 시위대 간 유혈사태가,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시위대 간 거리가 4~5㎞나 떨어져 있었는데, 경찰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위해 친정부 시위대가 경찰의 저지선을 넘어서는 것을 방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주의민중연대의 손티 림통쿨 공동회장은 이날 <방콕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 수 있는 네가지 제안을 내놨다. 그는 아직 민주주의민중연대의 다른 지도자들과 합의한 내용은 아니라고 밝힌 뒤, △ 정부에 유리한 헌법개정 추진 중단 △ 타이-캄보디아 국경의 프레아비헤아르 사원을 캄보디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에 대해 피플파워당(PPP)이 지지하기로 한 것이 위헌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 존중 △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의 전면 중단 △ 정치개혁과 더 많은 국민의 정치 참여 약속 등 4가지 절충안을 내놨다. 물론 이런 절충안도 사막 총리의 사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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