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인도등 집안 후광 입은 권력자 많아
집안의 후광으로 최고 권력에 오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 국가의 정치권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친정이나 시가의 후광을 입은 여성 권력자들에 이어 처가의 후광을 입은 남성 권력자도 등장할 조짐이다.
파키스탄 인민당(PPP)은 다음달 대통령 선거에 아시프 자르다리(52) 공동의장을 후보로 내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 <네이션>이 24일 보도했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와 그의 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로 이어진 ‘정치 명가’ 부토 가문의 사위인 그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족벌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파키스탄 정치의 한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다음달 6일 실시되는 선거가 상·하원 간접선거로 치러지는데다, 원내 각 당에서 이렇다 할 대항마를 내세우는 분위기도 없어 지금으로선 자르다리의 당선이 무난해 보인다. 남부 신드주 자르다리족 부족장 가문 출신인 자르다리는 지난해 12월 부인인 베나지르 부토가 암살된 뒤, 부토의 유언에 따라 인민당 후계자로 지명돼 당을 이끌어왔다. 당시 그는 아들 빌라왈의 이름 가운데 ‘부토’를 넣어 부토 가문의 혈통임을 강조하며 아들과 더불어 공동의장에 앉았다. 파키스탄의 최대 정당인 인민당이 결국 부토 가문의 ‘가족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파키스탄 뿐 아니라 주변 서남아 국가에도 후진적 족벌 정치의 전통이 뚜렷하다. 인도 국민회의당을 이끌고 있는 소니아 간디는 인도 독립의 주역이자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의 외손자며느리다. 네루 총리의 외동딸인 인디라 간디와 그 아들 라지브 간디 등도 국민회의당 총재와 인도 총리 등을 역임했다.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칼레다 지아 전 총리도 아버지나 남편의 대를 이어 등극한 경우다. 스리랑카에서도 솔로몬 반다르나이케 전 총리가 암살된 뒤 그의 부인 시리마보가 총리로 당선됐고, 나중에 그의 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도 대통령에 당선돼 어머니를 다시 총리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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