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18일 전격 사임한 것은 신변 안전과 명예 퇴진을 보장받으려는 유일한 카드였다. 무샤라프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한동안 재임기간 치적을 나열한 뒤 “나도 인간이며 실수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나를 용서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무샤라프의 거취와 운명은 불확실하다. 국외 망명설에서부터 ‘대통령 사임’을 ‘사법처리 면제’와 맞바꿨다는 ‘거래설’까지 나온다. 무샤라프의 측근들은 18일 무샤라프가 파키스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집권연정 세력이 사법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외망명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무샤라프가 조만간 파키스탄을 떠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거주할 것”이라고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이 관리들은 무샤라프가 사임 조건으로 통치기간 행위들에 대한 기소 면제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연정내 상당수 정치지도자들과 사법부에서는 무샤라프를 쿠데타 및 독재 혐의로 법정에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트자즈 아산 대법원 변협회장은 “그가 자기 주장대로 아무 잘못이 없다면 법정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연정의 또다른 관리들은 19일 <아에프페>(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무샤라프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종교의식에 참여한 뒤 영국이나 터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샤라프의 보좌관들은 그가 종교 의무를 마친 뒤 귀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은 무샤라프의 사법처리를 둘러싼 논란과 반미감정의 확산이 지속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불행히도 최근 파키스탄 최고권력자들의 최후는 비참했다.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창당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은 1979년 지아울 하크의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처형당했다. 지아울 하크는 1988년 의문의 비행기 폭발사고로 숨졌고, 알리 부토의 딸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역시 지난해 12월 암살당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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