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 등 지난 2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세력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일간 <새벽>(DAWN) 등 현지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인민당의 아시프 자르다리 공동의장과 피엠엘엔의 나와즈 샤리프 의장 등은 7일 저녁 탄핵 절차 로드맵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이들 ‘반무샤라프 세력’은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지난 2월 총선에서 입증됐음에도 경제 실정의 주범이자 민주화의 걸림돌인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리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집권 내각은 이달 안에 탄핵 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해 11일께에는 연방 및 지방 의회에서 불신임요구안 의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새벽>이 소식통을 따 전했다. 불신임 투표에 무샤라프가 응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탄핵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암살로 숨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 의장은 “탄핵할 수 있는 가능성이 9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자르다리는 지난 5월 연정을 탈퇴한 샤리프 전 총리 쪽에 연정 복귀를 요청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인민당과 피엠엘엔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1999년 무샤라프 쿠데타 때 실각한 샤리프 전 총리 쪽은 줄기차게 ‘심판’을 요구해왔다. 피엠엘엔이 복귀한다면, 연정의 점유 의석은 하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그러나 상원은 무샤라프 지지성향의 피엠엘큐(콰이드)가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무샤라프는 이날 애초 계획됐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에서 전초기지 역을 자임한 무샤라프가, 미국을 뒷배 삼아 의회해산 등의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야당 쪽은 ‘더이상 80~90년대처럼 군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미국 쪽도 ‘알아서 하라’ 식 태도여서 무샤라프가 ‘용도 폐기됐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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