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주내 혐의 입증’ 여부 주목
동성애 혐의로 고발된 말레이시아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16일 경찰에 체포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오전 안와르 전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오후 2시까지 경찰에 출두해 “아무 근거 없는” 자신의 동성애 혐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안와르 스스로 내건 ‘출두 시한’을 한시간 앞둔 오후 1시께, 경찰은 귀가하던 그를 붙잡아 끌고갔다. 경찰은 14일 안에 그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고 20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98년에도 안와르는 동성애 혐의로 정치 경력에 치명타를 입었지만, 2004년 대법원에서 결국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마하티르 시절 유력한 총리감으로 승승장구했던 안와르는 98년 권력다툼 끝에 밀려났다. 동성애·부패 혐의로 비롯된 구속·수감·정치활동 금지 등 10년 공백 끝에, 그는 석 달 전에야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달 그의 전 보좌관이 동성애 관련 고발장을 내면서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안와르 쪽은 “모두 날조된 정치적 탄압”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안와르는 인민정의당(PKR) 등 3개 야당연합을 이끌어 불과 19석이었던 야당 의석수를 82석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만년 여당’ 국민전선(BN)으로서는 보기 드문 패배였다. 뒤이어 안와르는 유가 인상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압둘라 바다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현지 언론들은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들이 안와르를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