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대비 외채비율
한·중·일·아세안 “상호 자금지원”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8일 한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동화 약세가 97년 타이의 바트화 폭락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냈다. 무역적자가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7.5%까지 늘어나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였다.
몇달 안에 베트남에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본 도이체방크는 실제 구제금융이 실시되면 동화 평가절하, 파산은행의 국유화와 환율 변동폭 확대 등의 조처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뒤이어 투자자본으로 연결된 아시아 경제권에 연쇄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다른 주요 아시아 나라의 경제에서도 비슷한 위기상황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 나라들이 97년 경제위기 이래 가장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블룸버그뉴스>는 과거 위기가 디플레이션(수축)과 경기침체 국면이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의 위기는 경기과열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97년 타이 경제는 수출 부진·생산성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 급증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8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 베트남 경제는 전반적인 거품으로 인한 인플레와 무역적자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이 문제다. 단기외채는 10%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빠져나갈 위험성이 상존한다.
97년엔 국제 투기자본이 각국 중앙정부의 환율 관리체계를 뒤흔들자, 한국과 타이, 인도네시아 등 세 나라는 외환보유고를 환율 방어에 소진했다. 그러나 이들 통화에 대한 매도세는 멎지 않았고, 통화 가치는 끝없이 추락했다. 결국 각국은 구제금융에 손을 내밀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들 나라에 재정 긴축과 이자율 상향조정, 국영회사 매각 등의 조처를 강요했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금융·외환 위기 공동대처를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지난달 각국 재무장관들은 800억달러 규모 이상의 역내 상호 자금지원 기금 마련에 합의했다. <블룸버그뉴스>는 “아시아 정부들은 아이엠에프 등 세계적 통화·금융에 의존하는 것을 꺼린다”며 “10년 전 경제위기 당시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정책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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