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 사는 미얀마(버마)인들이 10일 도쿄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사이클론 피해에 아랑곳없이 군정의 영구집권을 사실상 보장하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강행한 미얀마 군정에 대한 항의시위를 열고 있다. 도쿄/AP 연합
군정 구호활동 방해탓…프랑스함 벌써 미얀마 항해
“강한 자극 땐 충돌 불가피” 중국 통한 간접개입 주장도
“강한 자극 땐 충돌 불가피” 중국 통한 간접개입 주장도
국제사회에서 미얀마(버마)에 대한 강제 개입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이클론 피해로 신음하고 있는 미얀마 주민들을 위해, 구호활동을 막는 군사정부를 개의치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군정을 한 당사자로 인정하던 지금까지의 국제사회 입장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 최근호가 밝혔다. ‘인도주의적 강제 개입’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앤드루 나치오스 전 처장 등은 공중 투하 등의 방식으로 구호품을 재해민들에게 직접 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미국은 보스니아와 수단에서 피해 정부의 동의 없이 구호활동을 펼친 바 있다. 미군은 2004년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때도 독자적 구호 활동에 나서, 총 9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프랑스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도 10일 “프랑스는 공중 투하 방식보다 나은 방식으로 독자적인 구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1500t의 구호품을 실은 해군 상륙함 미스트랄 호가 미얀마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부 세력에 반감이 심한 미얀마 군정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연구자 아웅 나잉 우는 “주민들에게 구원자로 비치길 원하는 탄 슈웨 장군이 천여명의 외국인이 미얀마 땅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도록 허락할 리 없다”며, 국제사회가 강제 개입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얀마 군정은 미국의 무력침공 등에 대비해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내륙의 네이피도로 이전하는 등 국제사회의 강제 개입을 우려해왔다.
중국을 통한 간접적인 개입 주장도 제기된다. 미 외교관계위원회 윌리엄 내시 예비역 장군은 “미국이 먼저 중국을 압박해 미얀마의 문을 연 뒤 인근 타이와 인도네시아에 장비와 물자를 내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에 망명한 버마 민주화 활동가인 마웅저는 “현재 버마 사람들은 누구든 뚫고 들어와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강타한 미얀마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12일 미얀마 국영방송은 사망자 수가 5천명 늘어난 2만8458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팸의 사라 아일랜드 동아시아 대표는 11일 “희생자는 현재 1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보건위생 조건의 악화로 숫자는 조만간 15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구호 인력 대부분은 아직까지 미얀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구호 물자들도 양곤과 미얀마 외부에 쌓인 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군정은 외국 구호요원의 입국을 막고, 들여온 구호품은 압수해 직접 분배하는 등 구호활동 속도를 늦추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현지 구호 상황을 두고 “마치 안약 방울을 떨궈서 욕조를 채우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태풍이 강타한 직후인 지난 주말, 미얀마의 쌀 수출을 독점하고 있는 군정은 방글라데시로 보내는 쌀 수출을 강행하기도 했다고 영국 <옵저버>가 11일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물에 빠진 상한 쌀을 말려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현재 미얀마 군정은 외국 구호요원의 입국을 막고, 들여온 구호품은 압수해 직접 분배하는 등 구호활동 속도를 늦추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현지 구호 상황을 두고 “마치 안약 방울을 떨궈서 욕조를 채우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태풍이 강타한 직후인 지난 주말, 미얀마의 쌀 수출을 독점하고 있는 군정은 방글라데시로 보내는 쌀 수출을 강행하기도 했다고 영국 <옵저버>가 11일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물에 빠진 상한 쌀을 말려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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