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지역 주민수
미국 대리 대사 밝혀…군정, 구호단체 입국 막아 피해 키워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덮친 미얀마의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늦게 수용하고 미얀마 국내 구조 여건이 열악해서 대규모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미얀마 미국 대리대사 샤리 빌라로사는 비정부단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10만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보도했다. 태풍이 처음 강타한 인구 20만명의 도시 라부타에선 절반에 가까운 8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군 관계자의 말을 따 전했다.
외부의 개입으로 체제가 흔들릴 것을 걱정하는 군사정부는 태풍이 덮친 지 6일 가까이 빗장을 풀지 않다 8일 국제사회의 첫 대규모 원조를 허락했다. 유엔 관리는 고열량 비스킷과 약품을 실은 넉 대의 비행기 가운데 두 대가 양곤에 도착했고, 두 대가 뒤따르고 있다고 8일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이 입국을 허용해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 원조물자를 실은 미국 비행기는 군정의 거부로 도착이 지연되는 등 아직 원조 진행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첫 유엔 비행기의 도착으로 구호물자가 미얀마에 들어가는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지만 현지의 피해주민 손에 들어가기까지 2차 관문이 남아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피해지역에 그나마 있던 도로와 다리들은 이번 태풍과 홍수로 대부분 유실됐고 보트 운행도 부족한 원료로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이제 중요한 문제는 구호물자의 배달”이라며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은 (원조) 약속이 아니라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인권단체 일원들”이라고 말했다.
빌라로사 대리대사는 “전염병 확산의 우려는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피해지역 가옥의 95%가 사라져 수재민 100만명의 주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트라 양곤 무역관 김종상 과장은 “양곤은 전기가 대부분 복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은 도로가 대부분 막혀 상황이 어떤지도 알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또 사이클론이 쌀 수출국인 미얀마의 곡창지대를 강타하면서 수입국인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등의 쌀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으며, 세계 식량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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