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의석 가능성 불구 군부 업은 국왕 “망명안해”…미국 반응도 변수
240년 왕정을 끝내고 공화제로 전환하는 히말라야 산자락 소국 네팔의 앞날은 마오쩌뚱의 혁명노선을 내세운 공산반군이 이끌게 됐다.
보즈라즈 포크렐 네팔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10일 치러진 제헌의회 구성 총선에서 마오주의공산당(CPN-M)이 전체 의석의 절반인 120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40개 선거구 중 237곳의 개표가 마무리된 현재, 네팔국민회의당(NC)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건 네팔공산당(UML)은 각각 37석, 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자치를 요구하는 남부의 마데시족권리포럼도 28석을 차지했다. 마오주의공산당은 비례대표 335석이 걸린 정당 득표율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당투표에서도 과반을 확보해 완승을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마오주의공산당이 네팔 첫 민주정부를 주도하게 됐지만, 앞길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우선 선거 직전 일어난 폭력 사태의 배후로 거론된 갸넨드라 국왕이 순순히 왕권을 포기할지 확실치 않다. 왕정 철폐와 국왕 축출 등을 주장해온 마오주의공산당의 총선 승리가 확실시된 뒤 갸넨드라 국왕의 인도 망명설 등이 잇따랐지만, 왕실은 이런 보도를 일축했다. 네팔 왕실은 이날 성명을 내어 “최근 일부 국내 언론과 외신들이 악의적 보도를 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이 나라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가녠드라 국왕이 일부 군부와, 국왕을 힌두신의 현신으로 여기는 힌두교 근본주의 세력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등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걸림돌이다. 미국은 마오주의 세력을 여전히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티베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팔은 서방의 대중국 관측기지로 활용돼, 미국 등이 이번 총선 결과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선거 뒤 정국이 훨씬 어렵고 위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오주의공산당은 1996년 봉기해 사실상 ‘왕군’이었던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으나, 2006년 무장노선을 접고 ‘제도권내 정치활동’을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은 왕정 체제 논란으로 얼룩진 네팔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 적임자임을 내걸고, 호별 방문 유세 등 민중 기반의 선거 운동을 펼쳤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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