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반대 봉쇄속 5월 국민투표…‘의회의석 25% 군인 몫’등 내용
민주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짓밟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군부의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새 헌법안을 내놓고 국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오는 5월10일 새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2005년 군부내 온건파인 킨 뉸 당시 총리가 발표한 이른바 ‘7단계 민주화 로드맵’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군사정권은 새 헌법안이 ‘규율이 넘치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 헌법안은 의회 의석의 4분의 1을 군인들 몫으로 하고,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정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등의 광범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 개정도 거의 불가능하다. 또 대통령 자격으로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해, 영국인 남편을 둔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의 출마를 원천봉쇄했다.
더욱이 군사정권은 야당이 국민투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0일 전했다.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을 비롯한 야당들은 유권자들에게 국민투표에서 반대 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군부는 연설이나 자료 발간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유권자들이 헌법 개정안을 보려면 관영서점에서 ‘비싼 가격’에 사야 하기 때문에 내용조차 알기 어렵다.
유엔은 선거감시단 참관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얀마 군부정권은 10일 관영신문을 통해 “(외국은) 내정에 간섭하려는 의도로 야당을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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