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마오주의 성향이 강한 네팔 롤파 지역의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총선 하루 전인 9일 투표함을 나르고 있다. 롤파(네팔)/AP 연합
공산당 후보 선거 이틀전 총격 사망
마오주의자 “패배땐 결과 인정 못해”
마오주의자 “패배땐 결과 인정 못해”
히말라야 산자락의 소국 네팔에서 240년 왕정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총선이 10일 치러진다.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제헌의회는 공화국을 선포할 계획이지만, 정파간 갈등 탓에 정국 전망은 안갯속이다.
이번 총선은 2005년 무리하게 왕권 강화를 시도한 갸넨드라 국왕이 민주화 시위에 ‘항복’한 뒤 실시되는 첫 선거다. 마오쩌둥의 혁명노선을 내세운 마오주의공산당(CPN-M) 반군도 선거에 참여해 관심을 끈다. 이들은 1996년 ‘봉기’해 사실상 ‘왕군’이었던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으나, 2006년무장노선을 접고 ‘제도권 내 정치활동’을 약속했다.
총선에 참여하는 54개 정당 가운데, 임시헌법 조항으로 왕정폐지 추진에 동의한 네팔국민회의당(NC)이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한 네팔공산당(UML)이 제1당이 되리란 전망이 유력하다. 마오주의공산당도 나름대로 승리를 장담한다. 누가 집권하든 왕정 존치론은 더는 발붙이기가 어렵다. 결국 총선 뒤 출범하는 제헌의회는, 이미 무력해진 갸넨드라 국왕을 끌어내리는 등 민주공화국 체제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선거 직전 한 공산당 후보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고 마오주의자 7명이 경찰 발포로 숨지는 등, 하루 전까지 벌어진 무장충돌이 선거 진행 자체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선거 뒤의 불확실성도 크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최근 “선거 뒤 정국이 훨씬 어렵고 위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오주의 세력은 ‘선거에 패하면 이를 ‘음모’로 규정하고 무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내전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최근 폭력사태의 배후로 거론된 갸넨드라 국왕이 순순히 왕권을 포기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공산당과 마오주의 세력의 급부상에, 미국 등 서방이 총선 결과를 용인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티베트와 국경을 맞댄 네팔은 서방의 대중국 관측기지로 활용돼 온데다, 미국은 여전히 마오주의 세력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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