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프 질라니
원내 1당 PPP 후보로 지명…부토 남편 정계 복귀전 임시직 분석도
지난달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떠오른 파키스탄인민당(PPP)이 22일 유수프 질라니(56·사진) 부의장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고 일간 <새벽>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질라니의 총리 취임은 확실시된다. 지난해 12월 암살당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인민당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미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1993~96년 부토 전 총리의 2기 정부에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질라니는 대표적인 ‘반무샤라프’ 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그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2001~05년 4년 반 동안 부패 혐의로 옥살이를 겪었다. ‘할 말은 하는 사람’이란 ‘대쪽’ 이미지로 정계 안팎의 지지가 높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던 마크둠 아민 파힘의 거취는 불투명해졌다. 파힘은 부토 ‘망명’ 8년 동안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며 돌봐온 ‘실세’다. 이 때문에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 공동의장이 자신의 정계 복귀를 위해 파힘보다 경쟁력이 약한 질라니를 지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르다리는 석 달 뒤 치러지는 중간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질라니의 임기는 길어야 석 달에 불과할 수 있다.
오는 25일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라니는 시작부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가택연금 중인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 등 판사 61명의 복직이다. 연정에 참여하기로 한 정당들은 출범 뒤 30일 안에 사법부를 지난해 11월 이전 상태로 복원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무샤라프가 자신의 집권 연장을 위해 해임한 사법부를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당시 사법부는 무샤라프의 대통령 당선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복원되는 사법부가 다시 무샤라프 당선 무효화를 추진할 경우, 파키스탄 정국은 또 한번 안개 속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3일 “어떤 형태의 정부든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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