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마르코스
마닐라지법 ‘증거 불충분’ 무죄 선고
‘명품 구두광’ 이멜다 마르코스(78·사진) 전 필리핀 대통령 부인이 필리핀 법원에서 불법 자금 반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마닐라 지방법원은 10일 국외로 거액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멜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실비노 팜필로 판사는 “이멜다와 그의 남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등이 1968~76년 스위스의 은행계좌로 32차례에 걸쳐 자금을 불법 송금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이멜다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대단히 기쁘다. 소송이 기각된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한다”며 “나머지 혐의들도 벗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긴 녹색 의상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하고 법정에 출두해 ‘명품광’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미스 마닐라 출신인 이멜다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악명’이 높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1986년 ‘피플파워’로 권좌에서 물러나 급히 하와이로 망명할 당시 집 지하에 남겨두고 간 수천켤레의 명품 구두와 수백벌의 의상이 발견돼, 이멜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전세계에 알려진 바 있다. 그는 남편이 사망한 지 2년 만인 1991년 필리핀으로 돌아가 패션 브랜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피플파워로 집권했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재임 20년 동안 100억달러를 부정축재한 혐의로 고소하고, 이멜다의 구두 3천켤레를 포함한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이들 재산의 일부만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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