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말레이시아 정국 ‘총선 쓰나미’

등록 2008-03-09 18:58

집권여당 39년만에 안정의석 실패
집권 국민전선 최악 득표속 야당연합 82석 대약진
‘말레이 우대’에 중국계등 반발…압둘라 총리 ‘위기’

‘충격의 날’.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8일 총선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권을 유지해온 국민전선(BN)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까닭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전선은 이번 총선에서 하원의석 222석 가운데 139석(62.6%)을 얻는 데 그쳤다. 1957년 독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한 원내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도 1969년 이후 39년 만이다. 219석 가운데 199석(90.8%)을 휩쓸었던 2004년 선거에 견주면 결과는 더욱 초라하다. 일간 <스타>는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정치적 쓰나미’라고 붙였다.

민주행동당(DAP)과 인민정의당(PJP), 전말레이시아이슬람정당(PAS) 등 야당연합은 82석(36.9%)을 얻었다. 지난 선거(19석)보다 5배나 의석을 불렸다. 같은날 치러진 12개주 의회 선거에서도, 여당이 집권하던 케단, 페탕, 페락, 셀랑고르를 추가로 ‘뺏아’ 왔다.

국민전선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는 종족갈등이 꼽힌다. 국민전선은 인구 6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를 대표하는 정당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연합체로, 그동안 노골적으로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펴왔다. 취업·교육·경제활동 등에서 소외된 중국계(25%)와 인도계(8%)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돼, 지난해 11월에는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성장의 열매도 말레이계에게만 돌아갈 뿐이라고 중국·인도계는 주장한다.

이번 결과는 또 압둘라 바다위 총리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관영 <선데이스타>는 종족에 관계없이 △물가와 실업률 상승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 △치안 불안 등에 대한 불만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 22년 집권의 염증을 몰아낸 바다위 총리의 ‘참신한 이미지’나 개혁 의지가 빛바랬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일각에선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 바다위 총리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바다위 총리는 9일 당내의 사퇴 압력에 대해 “앞으로 누가 나에게 압력을 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연합 가운데 가장 많은 36석을 확보한 인민정의당(PJP)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총리는 “종족, 인종, 문화,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이 투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전선의 부정선거 시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데다, 선거 기간 불거진 종족 갈등이 유혈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9년 국민전선의 의석 수 축소는 유혈 폭동과 비상사태로 귀결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