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39년만에 안정의석 실패
집권 국민전선 최악 득표속 야당연합 82석 대약진
‘말레이 우대’에 중국계등 반발…압둘라 총리 ‘위기’ ‘충격의 날’.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8일 총선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권을 유지해온 국민전선(BN)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까닭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전선은 이번 총선에서 하원의석 222석 가운데 139석(62.6%)을 얻는 데 그쳤다. 1957년 독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한 원내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도 1969년 이후 39년 만이다. 219석 가운데 199석(90.8%)을 휩쓸었던 2004년 선거에 견주면 결과는 더욱 초라하다. 일간 <스타>는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정치적 쓰나미’라고 붙였다. 민주행동당(DAP)과 인민정의당(PJP), 전말레이시아이슬람정당(PAS) 등 야당연합은 82석(36.9%)을 얻었다. 지난 선거(19석)보다 5배나 의석을 불렸다. 같은날 치러진 12개주 의회 선거에서도, 여당이 집권하던 케단, 페탕, 페락, 셀랑고르를 추가로 ‘뺏아’ 왔다. 국민전선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는 종족갈등이 꼽힌다. 국민전선은 인구 6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를 대표하는 정당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연합체로, 그동안 노골적으로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펴왔다. 취업·교육·경제활동 등에서 소외된 중국계(25%)와 인도계(8%)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돼, 지난해 11월에는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성장의 열매도 말레이계에게만 돌아갈 뿐이라고 중국·인도계는 주장한다. 이번 결과는 또 압둘라 바다위 총리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관영 <선데이스타>는 종족에 관계없이 △물가와 실업률 상승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 △치안 불안 등에 대한 불만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 22년 집권의 염증을 몰아낸 바다위 총리의 ‘참신한 이미지’나 개혁 의지가 빛바랬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일각에선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 바다위 총리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바다위 총리는 9일 당내의 사퇴 압력에 대해 “앞으로 누가 나에게 압력을 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연합 가운데 가장 많은 36석을 확보한 인민정의당(PJP)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총리는 “종족, 인종, 문화,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이 투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전선의 부정선거 시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데다, 선거 기간 불거진 종족 갈등이 유혈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9년 국민전선의 의석 수 축소는 유혈 폭동과 비상사태로 귀결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말레이 우대’에 중국계등 반발…압둘라 총리 ‘위기’ ‘충격의 날’.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8일 총선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권을 유지해온 국민전선(BN)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까닭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전선은 이번 총선에서 하원의석 222석 가운데 139석(62.6%)을 얻는 데 그쳤다. 1957년 독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한 원내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도 1969년 이후 39년 만이다. 219석 가운데 199석(90.8%)을 휩쓸었던 2004년 선거에 견주면 결과는 더욱 초라하다. 일간 <스타>는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정치적 쓰나미’라고 붙였다. 민주행동당(DAP)과 인민정의당(PJP), 전말레이시아이슬람정당(PAS) 등 야당연합은 82석(36.9%)을 얻었다. 지난 선거(19석)보다 5배나 의석을 불렸다. 같은날 치러진 12개주 의회 선거에서도, 여당이 집권하던 케단, 페탕, 페락, 셀랑고르를 추가로 ‘뺏아’ 왔다. 국민전선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는 종족갈등이 꼽힌다. 국민전선은 인구 6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를 대표하는 정당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연합체로, 그동안 노골적으로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펴왔다. 취업·교육·경제활동 등에서 소외된 중국계(25%)와 인도계(8%)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돼, 지난해 11월에는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성장의 열매도 말레이계에게만 돌아갈 뿐이라고 중국·인도계는 주장한다. 이번 결과는 또 압둘라 바다위 총리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관영 <선데이스타>는 종족에 관계없이 △물가와 실업률 상승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 △치안 불안 등에 대한 불만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 22년 집권의 염증을 몰아낸 바다위 총리의 ‘참신한 이미지’나 개혁 의지가 빛바랬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일각에선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 바다위 총리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바다위 총리는 9일 당내의 사퇴 압력에 대해 “앞으로 누가 나에게 압력을 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연합 가운데 가장 많은 36석을 확보한 인민정의당(PJP)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총리는 “종족, 인종, 문화,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이 투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전선의 부정선거 시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데다, 선거 기간 불거진 종족 갈등이 유혈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9년 국민전선의 의석 수 축소는 유혈 폭동과 비상사태로 귀결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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