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만에 귀국 “무죄 확신…정치 안 할 것”
반대 세력들, 새정부 규탄하며 시위 동참 호소
반대 세력들, 새정부 규탄하며 시위 동참 호소
2006년 9월 민중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쫓겨나 17개월 동안 망명생활을 해온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가 28일 귀국한다. 자신의 지지 정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탁신의 귀국으로 타이 정국이 또 한차례 요동칠 전망이다.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는 탁신 전 총리가 28일 오전 9시40분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 측근의 말을 따 27일 보도했다. 탁신 지지자들의 웹사이트 등에선 25일부터 이 정보를 내보냈다. 탁신의 지지자들은 공항에서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다.
탁신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도착과 동시에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재판은 친탁신 성향 정부의 보석 허용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탁신은 귀국을 하루 앞둔 27일 타이공영방송(TPBS)과 홍콩에서 한 인터뷰에서 “죄가 없다고 확신한다”며 “(법정에서) 입증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귀국 뒤 “다시는 정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 집권 연정의 ‘실세’ 대부분이 탁신이 만든 타이락타이당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반탁신 세력은 그의 귀국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마찰도 예상된다. 2006년 시위를 주도했던 민주주의민중동맹(PAD)은 25일 성명을 내, 다수당인 피플파워당(PPP) 주도로 꾸려진 새 정부를 ‘탁신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들 탁신 정권이 재판에 관여할 것이기 때문에 탁신의 귀국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공무원, 군부, 경찰 등 모두가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한다”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일간 <더네이션>은 26일치 사설에서 탁신 전 총리에게 외교관 여권을 다시 내준 외무부를 비난하며, 새 정부에 ‘줄대기’에 나선 관료들을 비판했다. 반면 <방콕포스트>는 27일치 사설에서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침묵을 지켜야 할 시간”이라며 “탁신이 공정한 재판을 받는지가 사막 순타라웻 총리 정부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신의 귀국은 예고됐던 일이다. 지난해 말 ‘군정 심판’을 내세워 총선에서 압승한 피플파워당은 타이락타이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달 초 탁신의 최측근인 사막 순타라웻 총리의 집권 연정이 출범하면서, 정부는 외교관 여권 재발급에서 보듯이 사실상 탁신의 귀국 통로를 넓혀왔다. 탁신이 귀국을 앞당긴 것은 최근 사막 총리의 잇따른 과거사 실언 등 아슬아슬한 행보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온라인매체 <아주시보>는 분석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망명생횔 17개월만에 처음으로 태국에 귀국하기위해 홍콩국제공항 출국장에 경호원에 에워싸여 들어가고있는 탁신 치나왓 전태국총리. A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