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이 실시된 18일 부르카로 얼굴과 몸을 가린 파키스탄 여성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페샤와르/AFP 연합
파키스탄 총선 투표현장
군경 50만명 소총 들고 경계…상점 철시 행인도 없어
투표소에선 ‘고성’도…PPP 낙승 예상속 돌발변수 우려 파키스탄 정국의 최대 분수령인 총선이 치러진 18일 오전, 평소 같으면 출근길 차량들과 인파로 넘쳐났을 최대 도시 카라치 거리는 한산했다. 법정 공휴일 탓이라기보다 ‘투표일에 뭔가 터질지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에 짓눌린 때문으로 보였다. 아침 뉴스에서 지난밤 일부 투표소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폭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인지, 시민들은 잔뜩 움츠린 표정이었다.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고,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도 보기 힘들었다. 택시나 릭샤(삼륜전동차) 운전자들은 이날 벌이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평소 지붕에까지 승객을 싣고 다니던 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한 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비었다. 교차로 등 곳곳에 배치된 군인·경찰들은 소총을 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투표일 폭력사태를 막고자 50만명 가까운 경비병력을 동원했다. 투표소 경계는 더욱 삼엄했다. 카라치 시정부는 전체 투표소 3417곳 가운데 614곳을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투표소 취재차 현지 언론인 8명과 함께 탄 승합차에는 정부 쪽 경호원도 동승했다. 그는 소총과 무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큰길에 있는 많은 건물의 유리창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돌을 던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투표소가 마련된 카라치 남부 하비브고등학교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정문에서 유권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한 시민은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공무원들이 너무 게으르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투표소인 이스미알왈라 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여성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도 연출됐다. “서명이 다르잖아요! 엉뚱한 사람이 와서 투표하는데 가만 놔둘 거예요?” “가정주부가 서명을 매일 하는 것도 아닌데, 좀 다를 수도 있지 뭘 그래요!” 투표자 확인 과정의 시비로 입씨름이 벌어지자, 눈만 빠끔히 내놓은 부르카 차림의 한 30대 여성 유권자는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규정에는 지역구에서 후보를 낸 정당 진행요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진행요원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이 투표소 밖에서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이 먼길을 와야 하는 유권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요 정당들은 투표소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저마다 천막을 치고 유권자들의 투표소를 확인해주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야당의 승리를 전망하지만, 어떤 일이 터질지 예측불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투표소 6만4176곳에서 일제히 시작된 이날 투표에선 연방 하원의원 269명과 4개주 지방의원 570명을 뽑는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투표소에선 ‘고성’도…PPP 낙승 예상속 돌발변수 우려 파키스탄 정국의 최대 분수령인 총선이 치러진 18일 오전, 평소 같으면 출근길 차량들과 인파로 넘쳐났을 최대 도시 카라치 거리는 한산했다. 법정 공휴일 탓이라기보다 ‘투표일에 뭔가 터질지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에 짓눌린 때문으로 보였다. 아침 뉴스에서 지난밤 일부 투표소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폭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인지, 시민들은 잔뜩 움츠린 표정이었다.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고,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도 보기 힘들었다. 택시나 릭샤(삼륜전동차) 운전자들은 이날 벌이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평소 지붕에까지 승객을 싣고 다니던 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한 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비었다. 교차로 등 곳곳에 배치된 군인·경찰들은 소총을 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투표일 폭력사태를 막고자 50만명 가까운 경비병력을 동원했다. 투표소 경계는 더욱 삼엄했다. 카라치 시정부는 전체 투표소 3417곳 가운데 614곳을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투표소 취재차 현지 언론인 8명과 함께 탄 승합차에는 정부 쪽 경호원도 동승했다. 그는 소총과 무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큰길에 있는 많은 건물의 유리창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돌을 던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투표소가 마련된 카라치 남부 하비브고등학교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정문에서 유권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한 시민은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공무원들이 너무 게으르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투표소인 이스미알왈라 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여성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도 연출됐다. “서명이 다르잖아요! 엉뚱한 사람이 와서 투표하는데 가만 놔둘 거예요?” “가정주부가 서명을 매일 하는 것도 아닌데, 좀 다를 수도 있지 뭘 그래요!” 투표자 확인 과정의 시비로 입씨름이 벌어지자, 눈만 빠끔히 내놓은 부르카 차림의 한 30대 여성 유권자는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규정에는 지역구에서 후보를 낸 정당 진행요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진행요원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이 투표소 밖에서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이 먼길을 와야 하는 유권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요 정당들은 투표소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저마다 천막을 치고 유권자들의 투표소를 확인해주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야당의 승리를 전망하지만, 어떤 일이 터질지 예측불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투표소 6만4176곳에서 일제히 시작된 이날 투표에선 연방 하원의원 269명과 4개주 지방의원 570명을 뽑는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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