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들, 부정 알고도 보도못해”

최근의 파키스탄 정국 혼란은 지난해 3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을 해임하면서 시작됐다. 법조계는 그 이후 반무샤라프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16일 사무실에서 만난 나임 쿠레시(사진) 카라치변호사협회(KBC) 사무총장은, 재판 불참기간(11~18일) 동안 날마다 진행되는 거리 시위의 여파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 그는 “나는 회원들의 지지로 두차례 선출된 사무총장이다. 정부와 집권당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무샤라프와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두 차례 감옥에 갇혔다”며 “그들은 눈가리개를 씌우고 나를 고문했지만, 내게 협박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월18일 투표는 선거(election)가 아니라 무샤라프의 선택(selection)”이라며, “전국 310곳 변협의 변호사 9만명이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쿠레시 사무총장은 “선거를 맡은 과도정부나 선관위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부정선거”며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공정 선거는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변협(PBC)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재판 불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변호사는 “일부 국민들에게 다소 불편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법부 독립이 회복되면, 민주화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를 지지한다”고 자신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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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권리 위한 눈귀로”

“대다수의 기자들은 부정선거 사실을 알면서도, 언론 통제 때문에 제대로 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 우르두어 뉴스채널 <지오>(Geo) 기자인 타리크 하산(사진) 카라치언론노조(KUJ) 위원장은 총선을 사흘 앞둔 15일, 선거 보도의 아쉬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가능케 한 비상사태 선포 당시, 언론에 물린 재갈은 엄혹했다. <지오>는 77일 동안 방송을 중단당했다. 카라치 지역 집권당은 무샤라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콰이드(PML-Q)와 연정을 맺은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이다. 군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살인, 폭력, 협박 등 “마피아 같은 짓을 일삼는” 엠큐엠을 겨냥한 보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치 신문들은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엠큐엠 지지자들의 충돌로 인민당 당직자 1명이 숨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산 위원장은 “일단 취재는 하되 보도하지 않고 있다가, 정치권의 공방전을 전하면서 폭로하는 게 요즘 경향”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를 통해서만이 부정부패를 극복할 수 있는데, 민주화를 위한 선거를 흔든다는 게 문제”라며 “지난해 변호사들의 운동을 위대하게 만든 건 언론이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눈과 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