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민병대원이 16일 파키스탄 서남부 도시 퀘타에서 ‘총선 거부’를 주장하는 반무샤라프 세력 지지자에게 진압봉을 휘두르고 있다. 퀘타/AP 연합
파키스탄 18일 총선
개표결과 승복 어려울듯…야당 등 공동대응 나서
개표결과 승복 어려울듯…야당 등 공동대응 나서
18일 치르는 파키스탄 총선이 벌써부터 선거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오나,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거부하는 세력 두루 선거부정을 주장해, 선거 결과 승복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선거가 오히려 정국 불안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6일 정오께(현지시각) 파키스탄 카라치 법원 앞 길거리로 쏟아져나온 변호사들 100여명은 큰소리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을 규탄했다.
“테즈호, 테즈호! 자도자이하드테즈호! (서두르자! 투쟁을 서두르자!)” “고(Go)! 무샤라프! 고!”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변호사들이 땀을 쏟으며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대법원장 해임과 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무샤라프 정권과 갈등을 빚은 변호사들은, 18일의 총선에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마아트에이슬라미(JI), 자미아트울레마파키스탄(JUP) 등 이슬람계 정당들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미국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가 지난달 19~29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무려 50%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고, 미국 비영리기구 ‘테러 없는 내일’의 조사에서도 인민당은 36.7%로 선두를 달렸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 무슬림리그 나와즈(PML-N)는 두 조사에서 각각 22%, 25.3%로 2위를 기록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파키스탄 무슬림리그(PML-Q)는 14%, 12%의 지지에 그쳤다.
하지만 주요 야당은 벌써부터 개표 이후를 경고하고 있다. 부토 전 총리가 숨진 뒤 인민당을 이끄는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와 피엠엘엔의 지도자 샤리프는 16일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 전후로 공동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일간 <새벽>이 보도했다. 샤리프는 “우리가 응당 얻어야 할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정선거 조짐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말리크 카윰 법무장관이 지난해 여당으로부터 공천 제의를 받은 지인에게 “그 당은 온갖 부정선거를 동원해 자기네 사람을 당선시킬 것”이라며 “공천받을 수 있으면 하라”고 조언한 녹음이 15일 공개됐다. 시민단체 필닷(PILDAT)은 새로 전산화한 선거인명부가 부실해 같은 이름이 여러 번 올랐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부정선거가 이뤄진다고 해도, 어느 특정당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니라, 각 당이 적당히 나눠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결국 부정선거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선거결과가 야당에 유리하게 나와도 파장은 크다. 양대 야당은 총선에 승리하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무샤라프를 탄핵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부토 암살 뒤 인민당과 피엠엘엔은 ‘반무샤라프 연대’를 형성했다. 대테러전쟁 국면 지속을 위해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애초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부토-무샤라프 ‘친미 연정’과는 어긋난 결과다.
이번 총선은 18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파키스탄 전국 투표소 6만4천여곳에서 269명의 선출직 연방의원과 570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한다. 미국과 중동, 중앙아시아와 중국·인도에 두루 영향을 끼치는 파키스탄의 대외정책 노선이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어떻게 바뀔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이번 총선은 18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파키스탄 전국 투표소 6만4천여곳에서 269명의 선출직 연방의원과 570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한다. 미국과 중동, 중앙아시아와 중국·인도에 두루 영향을 끼치는 파키스탄의 대외정책 노선이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어떻게 바뀔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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