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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국 대신 전쟁 치러”…파키스탄 ‘바꿔’ 바람

등록 2008-02-15 20:38수정 2008-02-15 23:59

파키스탄 총선을 나흘 앞둔 14일 아보타바드에서 열린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의 선거 유세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지지를 호소하자 청중들이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아보타바드/AP 연합
파키스탄 총선을 나흘 앞둔 14일 아보타바드에서 열린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의 선거 유세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지지를 호소하자 청중들이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아보타바드/AP 연합
파키스탄 총선 르포 D-3
부토 피살로 민주화 요구 높아…“정치인 민생 무관심” 성토
야당 ‘압도적 승리’ 관측 지배적…“결과 조작될 수도” 우려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의 핵심 전초기지인 파키스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총선을 나흘 앞둔 14일 오후, 최대 도시 카라치 시내는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당의 깃발을 꽂은 오토바이 무리 30~50대가 귀가 찢어질 듯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 풍경은 이색적이다. 이슬람 사회임에도 거리마다 나부끼는 현수막과 포스터는 현란한 느낌마저 줬다. 파키스탄인민당(PPP)의 화살이나, 파키스탄무슬림리그-콰이드(PML-Q)의 자전거 등 투표용지에 인쇄될 정당의 상징물들도 눈길을 끌었다. 파키스탄의 문맹률이 50~60%에 이르는 점이 고려됐다.

파키스탄 주요 정당
파키스탄 주요 정당
카라치 거리 곳곳에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이곳을 정치 기반으로 삼은 야당 지도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잃은 상실감도 커 보였다. 부토 피살은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상업도시 카라치 시민들까지 ‘바꿔 행렬’로 나서게 했다.

다른 인종 기자의 출현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던 카라치 시내 사다르 시장의 상인들은 총선 취재를 위해 왔다는 얘기에 일손을 잠시 놓고 민생에 무관심하기 짝이 없는 현 정권과 기성 정치권을 앞다투어 성토했다. 극심한 정치 불신으로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휴대전화 판매상 아드난 와히드(32)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제구실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샤라프가 “미국의 전쟁을 대신 치렀다”며 “그 대가로 얻어 왔다는 경제원조가 우리 생활에 도움 된 것은 없다”고 비난했다. 옆에 있던 한 시민도 “에너지와 식량 부족이 심각하다”며 기본에 신경쓰지 않는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샤히드 아크타르(40)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부토의 인민당과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에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파키스탄은 인민당이나 피엠엘엔 정권을 겪어봤는데, 그들이 한 게 뭐가 있냐”며 “그들이 무샤라프를 반대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샤라프의 지지율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권자의 60~70%가 무샤라프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야당 지지율이 집권당의 2~3배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총선 패배가 확실시되는 무샤라프가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한 20대 회사원은 “무샤라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해서라도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2002년 총선에서도 무샤라프의 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선거구 조작과 개표 조작 등을 동원한 ‘비열한 승리’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파키스탄은 이란·아프가니스탄·인도·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내륙국경을 접하고, 걸프만에서 석유를 싣고 나오는 유조선들이 지나가는 아라비아해를 끼고 있다. 지정학적 이점으로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의 동반자가 됐으며, 세계 7번째 핵보유국이기도 하다. 총선과 그 이후의 정국 혼란은 대테러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긴장감 속에서 파키스탄 총선을 주시하는 이유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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