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갈등에 이슬람주의-정부군 ‘내전’…미국은 CIA 군사작전 검토
파키스탄 북서부의 여성·어린이 등 6천여명이 국경을 넘어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피난을 가는 등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접경지역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6일 최근 북서변경주 쿠람 지역의 뿌리깊은 수니-시아파 갈등이 부쩍 증폭된데다, 친탈레반 성향의 이슬람주의 세력과 정부군의 충돌이 거세지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동부 코스트주의 아르살라 자말 주지사는 지난주 미군과 연 회의에서 “지난 10여일 동안 수많은 파키스탄 난민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아프간 카불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살바토레 롬바르도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해당지역 치안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손쓸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난민들은 아프간 주민들이 제공한 천막 등 거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소련의 아프간 침공, 탈레반 집권과 미국의 탈레반 축출 등을 거치면서, 아프간 사람들이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오는 사례는 빈발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더욱이 아프간 또한 최근 재집권을 노리는 탈레반과 나토가 주도하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전투로 치안이 몹시 불안한 상태다.
한편, 대테러전쟁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핵심적인 역할을 맡겨 온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파키스탄에서 중앙정보부(CIA)의 권한을 군사작전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는 최근 친미 세력의 ‘거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되는 등 혼란이 심화되는 것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보인다. 미군이 직접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에 개입하면 “아프간에 이어 파키스탄까지 점령하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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