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지지자들이 27일 라왈핀디의 병원에서 그의 관을 옮기고 있다. 라왈핀디/AP 연합
부토 암살, 누가 왜 저질렀나
27일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암살의 배후로는 이슬람주의 세력과 파키스탄정보부(ISI),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거론된다. 그러나 지난 10월 부토의 귀국 환영행사 때 134명의 사망자를 낸 폭탄테러의 배후도 아직 규명되지 않은 터여서 이번 사건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 ‘친미 성향’의 부토에 큰 반감…“암살하겠다” 공개선언
파키스탄 정보부·무샤라프 배후설도 거론…사건 ‘미궁’ 빠질수도 ■ 이슬람주의 세력 = 배후 1순위로 꼽힌다. 부토는 줄곧 “과격주의자를 고립시키자”는 기치를 내걸어 이슬람주의 세력의 거센 반감을 샀다. 특히 부토가 잔혹한 철권통치를 일삼는 무샤라프와 타협해 연립정부 구성을 협의한 것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무샤라프는 지난 7월 랄마스지드(붉은 사원)의 시위를 유혈진압해 이슬람주의 세력과 정면충돌했다. 부토 귀국 직전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가 “친미 부토를 자살폭탄으로 환영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이슬람주의 세력은 부토 암살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전문가들과 외신의 분석은 엇갈린다. <비비시>(B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이번 테러 공격이 파키스탄의 ‘탈레반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 동안 반미 과격주의 성향 무슬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암살 직후 알카에다의 아프간 사령관 겸 대변인 가운데 한명인 무스타파 아부 알야지드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분명치는 않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인들은 무장세력 배후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파키스탄 정보세력= 부토는 귀국에 앞서 무샤라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암살된다면 반드시 조사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을 전달한 적이 있다. 부토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보부쪽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토는 이들을 “이슬람과격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월 테러 때도 정보부 세력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들의 뿌리는 부토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처형한 지아 울하크 전 대통령 세력이다. 정보부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몰려든 ‘무자헤딘’(전사)들과 미국을 잇는 창구였다. 정보부는 국제이슬람주의 세력과 미국 양쪽에 연결고리를 가져 강력한 영향력을 키웠다. 전통적 이슬람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은 부토가 정치무대에 등장한 80년대부터 서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여성인 그를 백안시했다.
■ 무샤라프= 27일 밤 부토가 입원한 라왈핀디 종합병원 앞에선 “무샤라프는 개!”라는 지지자들의 성토가 밤공기를 갈랐다. 부토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해지자 무샤라프 쪽에서 제거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상사태 선포 등 무샤라프의 철권통치 행태 또한 이런 관측의 근거가 된다. 그렇지만 무샤라프 쪽으로선 변명의 여지가 있다. 무샤라프 정부는 “대중집회가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며 줄곧 부토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게다가 이미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된 무샤라프에게 부토는 ‘친미 연정’ 구상의 파트너다. 부토가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연정이 가능한데 굳이 파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토를 제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파키스탄 정보부·무샤라프 배후설도 거론…사건 ‘미궁’ 빠질수도 ■ 이슬람주의 세력 = 배후 1순위로 꼽힌다. 부토는 줄곧 “과격주의자를 고립시키자”는 기치를 내걸어 이슬람주의 세력의 거센 반감을 샀다. 특히 부토가 잔혹한 철권통치를 일삼는 무샤라프와 타협해 연립정부 구성을 협의한 것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무샤라프는 지난 7월 랄마스지드(붉은 사원)의 시위를 유혈진압해 이슬람주의 세력과 정면충돌했다. 부토 귀국 직전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가 “친미 부토를 자살폭탄으로 환영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이슬람주의 세력은 부토 암살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전문가들과 외신의 분석은 엇갈린다. <비비시>(B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이번 테러 공격이 파키스탄의 ‘탈레반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 동안 반미 과격주의 성향 무슬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암살 직후 알카에다의 아프간 사령관 겸 대변인 가운데 한명인 무스타파 아부 알야지드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분명치는 않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인들은 무장세력 배후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파키스탄 정보세력= 부토는 귀국에 앞서 무샤라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암살된다면 반드시 조사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을 전달한 적이 있다. 부토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보부쪽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토는 이들을 “이슬람과격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월 테러 때도 정보부 세력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들의 뿌리는 부토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처형한 지아 울하크 전 대통령 세력이다. 정보부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몰려든 ‘무자헤딘’(전사)들과 미국을 잇는 창구였다. 정보부는 국제이슬람주의 세력과 미국 양쪽에 연결고리를 가져 강력한 영향력을 키웠다. 전통적 이슬람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은 부토가 정치무대에 등장한 80년대부터 서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여성인 그를 백안시했다.
■ 무샤라프= 27일 밤 부토가 입원한 라왈핀디 종합병원 앞에선 “무샤라프는 개!”라는 지지자들의 성토가 밤공기를 갈랐다. 부토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해지자 무샤라프 쪽에서 제거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상사태 선포 등 무샤라프의 철권통치 행태 또한 이런 관측의 근거가 된다. 그렇지만 무샤라프 쪽으로선 변명의 여지가 있다. 무샤라프 정부는 “대중집회가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며 줄곧 부토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게다가 이미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된 무샤라프에게 부토는 ‘친미 연정’ 구상의 파트너다. 부토가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연정이 가능한데 굳이 파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토를 제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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