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팔순 생일 맞은 푸미폰, 뇌순환 장애 등 건강악화설 일축
타이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5일 여든살 생일상을 받았다. 입헌군주제인 타이에서 1946년 왕관을 물려받은 그는 세계 최장 왕위의 기록을 날마다 경신하는 중이다.
타이 사회는 푸미폰 국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그가 없는 나라를 상상할 수 있는 타이 사람은 거의 없는 정도라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왕권은 없지만, 군정과 민정이 번갈아 거듭된 정국 불안 속에서도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킨 국왕은 누구도 맞서기 힘든 영향력을 갖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4일 저녁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단결하지 않으면 나라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사람이 걸을 때 한쪽 다리가 앞장서며 다른 쪽이 나설 수 있도록 돕듯이, 군과 민이 모두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3일로 다가온 총선에서 두각을 보이는 세력이 없는 데 따른 우려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약한 고리로 연결된 연립정부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수라윳 쭐라논(64) 과도정부 총리가 정부 수반으로서는 나이가 많다는 일각의 비판을 꼬집어, “총리는 이제 예순이 조금 넘었다. 이는 적절한 나이”라며 “나는 내일이면 여든인데도, 아직 젊고 힘이 넘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푸미폰 국왕은 건강 악화설이 잇따랐다. 지난달에는 뇌혈액순환 장애로 3주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국왕은 이를 의식한 듯 “의사들이 내 뇌가 이상한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멀쩡했다”며 “의사들의 뇌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시민들은 분홍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국왕 탄신을 축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병원에서 퇴원한 푸미폰 국왕이 분홍색 코트를 입고 나오자, 이내 타이에서 분홍색은 국왕의 건강을 상징하는 색깔이 됐다. 한 시민(68)은 “국왕을 축복하기 위해 내년까지도 분홍색 옷을 입을 생각”이라며 “국왕이 오랫동안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왕 즉위 60주년 즈음에는 그가 태어난 월요일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유행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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