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파타르가타의 주민들이 19일 사이클론이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마을을 보고 슬퍼하고 있다. 다카/AP 연합
방글라데시 수재민들 ‘풍찬노숙’
월드비전 “말할수 없이 참혹…주거 복구 시급”
국제사회 구호품 전달 늦어 식량·약품 태부족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월드비전 방글라데시의 라파엘 팔마 홍보팀장은 사이클론 ‘시드르’가 강타한 지 엿새째인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사흘 동안 방글라데시 남서부 해안지역의 몽글라, 치탈마리 등 피해지역을 돌아본 팔마 팀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주거 복구”를 꼽았다. 풀과 나무를 엮어 만든 집들이 강풍에 날아가거나, 부러진 나무가 덮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재건’에 비지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날아간 지붕과 무너진 기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임시 주택’을 짓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팔마 팀장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즉각적인 식량 공급에 나섰지만 많이 부족하다”며 “나무가 덮치면서 다친 사람들도 많은데 의약품이 모자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자 부족에 따른 추가 피해 우려도 크다. 생존자 사타르 가지(55)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동안 물과 식량을 접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이 사흘 더 계속되면 굶어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한 마을에서 쌀을 서로 갖겠다며 싸우는 광경이 목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슬람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1억달러 지원을 선언했다. 옛 식민종주국인 영국 500만달러, 유럽연합 220만달러, 미국 200만달러 등 이미 약속이 이뤄진 국제사회의 지원이 약 2억5천만달러 규모다. 한국 정부도 긴급구호 자금 50만달러를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지역에서는 아직 구호물자를 전달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피해를 입은 해안지역은 크고 작은 수로가 미로처럼 뒤엉켜 있어, 모든 운송이 배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정부 통계는 사망자 3100여명, 실종자 1천여명 가량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적신월사는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드비전은 사이클론으로 사망·부상·주거상실 등 영향을 입은 인구가 약 700만명에 이르며, 가축 약 25만마리와 농지 약 14만에이커(쌀로 환산하면 60만t)를 잃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마다 남부를 강타하는 사이클론으로 방글라데시는 1970년과 91년엔 각각 50만여명, 14만3천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들은 “원조 활동이 빨리 이뤄지고 있어,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국제사회 구호품 전달 늦어 식량·약품 태부족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월드비전 방글라데시의 라파엘 팔마 홍보팀장은 사이클론 ‘시드르’가 강타한 지 엿새째인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사흘 동안 방글라데시 남서부 해안지역의 몽글라, 치탈마리 등 피해지역을 돌아본 팔마 팀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주거 복구”를 꼽았다. 풀과 나무를 엮어 만든 집들이 강풍에 날아가거나, 부러진 나무가 덮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재건’에 비지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날아간 지붕과 무너진 기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임시 주택’을 짓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팔마 팀장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즉각적인 식량 공급에 나섰지만 많이 부족하다”며 “나무가 덮치면서 다친 사람들도 많은데 의약품이 모자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자 부족에 따른 추가 피해 우려도 크다. 생존자 사타르 가지(55)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동안 물과 식량을 접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이 사흘 더 계속되면 굶어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한 마을에서 쌀을 서로 갖겠다며 싸우는 광경이 목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슬람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1억달러 지원을 선언했다. 옛 식민종주국인 영국 500만달러, 유럽연합 220만달러, 미국 200만달러 등 이미 약속이 이뤄진 국제사회의 지원이 약 2억5천만달러 규모다. 한국 정부도 긴급구호 자금 50만달러를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지역에서는 아직 구호물자를 전달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피해를 입은 해안지역은 크고 작은 수로가 미로처럼 뒤엉켜 있어, 모든 운송이 배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정부 통계는 사망자 3100여명, 실종자 1천여명 가량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적신월사는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드비전은 사이클론으로 사망·부상·주거상실 등 영향을 입은 인구가 약 700만명에 이르며, 가축 약 25만마리와 농지 약 14만에이커(쌀로 환산하면 60만t)를 잃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마다 남부를 강타하는 사이클론으로 방글라데시는 1970년과 91년엔 각각 50만여명, 14만3천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들은 “원조 활동이 빨리 이뤄지고 있어,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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