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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부토 “협상은 끝났다”…반 무샤라프 결집

등록 2007-11-07 19:17수정 2007-11-08 03:22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6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보안당국은 공항 주변에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지난달 18일 부토가 8년 만에 귀국했을 때는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바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6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보안당국은 공항 주변에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지난달 18일 부토가 8년 만에 귀국했을 때는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바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파키스탄 ‘연정’ 결렬 선언
“타 정당과 연대 구상할 것”
파키스탄 국가비상사태 선포 나흘째인 6일 저녁,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권력 분점) 협상은 끝났다”며 “대통령 면담 계획은 일정에 없다”고 말해, 미국이 주도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연정’이 사실상 파국을 맞았음을 선언했다.

 부토는 닷새 일정으로 계획된 이슬라마바드 방문 기간 “다른 정당의 지도자들을 만나 연대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며 ‘반무샤라프 결집’을 추진 중임을 내비쳤다.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도 언급할 만큼 포괄적인 연대다. 파키스탄무슬림연맹은 1999년 무샤라프 쿠데타 이전까지 10여년 동안 부토와 총리직을 번갈아 주고받으며 대립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정당이다.

 대규모 시위도 준비 중이다. 부토가 이끌고 있는 인민당(PPP)은 9일 이슬라마바드 근처 라왈핀디에서 비상사태 선포 반대 시위를 열 계획이다. 부토는 지지자들에게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라왈핀디는 무샤라프의 기반인 군 총사령부가 위치한 군사도시다. 자베드 아클라스 시장은 “(임시 헌법의) 집회 금지령을 어기면 법에 따라 조처할 것” “부토 암살 움직임이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인민당은 시위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무력 충돌이 예상된다.

 부토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압박에 대한 ‘내부 호응’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일간 <새벽>(DAWN)은 인민당 관계자의 말을 따 “부토는 10일 이슬라마바드에 주재하는 75개국 외교관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토는 최근 무샤라프에 대한 비난 성명이 쏟아지자 “한 개인이 아닌, 파키스탄 인민 모두를 지지해 준 국제사회에 감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부토는 3일 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실상 계엄령”이라는 비난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지금까지 거리에 나선 변호사들의 반대 시위에서도 부토의 인민당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런 태도는 무샤라프와의 권력분점 협상과 맞물려 부토가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낳았다. 권력분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내년 1월 총선의 승리를 꿈꾸며 무샤라프 정부에 적극적인 공세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연기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무샤라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정권과의 대결 쪽으로 무게중심을 조금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부토는 △비상사태 철회 △헌정 회복 △공정선거 실시를 주장하며 세력 결집에 나섰다. 그가 기대고 있는 것은 자신의 ‘반군부’ 이미지다. 그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은 77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처형됐다. <포린폴리시>는 파키스탄 사회가 민간 정부를 요구하는 때가 오면 부토의 집권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두 차례 총리까지 지낸 부토는 ‘부패한 친미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미 1988년, 93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총리에 올랐으나 부패혐의로 실각했다. 당시 제기된 부패혐의는 재판을 거치지 않은 채 이번 무샤라프와의 연정 논의 과정에서 사면돼, 언제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의 불씨로 남아 있다.

 한편, 가택연금 상태인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은 6일 변호사 등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희생할 시간이 됐다. 위대한 헌법을 위해 일어나라”고 봉기를 촉구했다. 이 통화 이후 정부 당국은 이슬라마바드 일부 지역의 휴대전화망을 차단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부토 지지자들은 7일 이슬라마바드의 의사당 건물 앞에서 비상사태 철회 요구 시위를 벌이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무력 충돌을 빚었다. 영연방은 12일 회의를 열어 파키스탄의 제명을 논의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은 1999년 무샤라프 쿠데타 당시 영연방에서 제명됐다가 2004년 다시 복귀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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