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경찰이 5일 카라치의 언론회관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를 때리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민영방송 송출을 전면 중단시키는 등 대대적인 언론 탄압에 나섰다. 카라치/AP 연합
“무샤라프, 민간정부 구성 약속 지켜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사흘째인 5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 입을 열어 민간 정부 구성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는 ‘솜방망이 경고’에 지나지 않아 무샤라프는 비상사태 해제 시기도 밝히지 않는 등 ‘실효성 없는 약속’을 되풀이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에서 총선이 최대한 일찍 치러지길 바라고,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복을 벗어야 한다”며 무샤라프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가 내 충고를 들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을 뿐, 무샤라프가 충고를 ‘무시’했을 때의 구체적 조처를 언급하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파키스탄 정책 관계자는 “미국의 무샤라프에 대한 투자 규모는 막대했다”며 “무샤라프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미국의 목표를 저해할 가능성이 없다면, 미국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파키스탄 지원국 가운데선 유일하게 네덜란드가 올해 안으로 전달할 예정이던 원조금 1500만 유로(약 197억원)의 지급을 중단했다고 독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비상사태 사흘만에 발언…불이행 때 조처 언급 없어
무샤라프 “군복 벗을 준비” 되풀이…‘해제 시기’엔 침묵
무샤라프 대통령은 5일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들을 관저로 초청해 “사법부와 행정부, 의회 등 ‘기둥’을 올곧게 한 뒤에, 나는 군복을 벗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무샤라프의 ‘설명’ 대부분은 사법부 등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력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은 연기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파키스탄 내각은 6일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총선을 2~3개월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총선문제를 길게 논의했고, 2개월 정도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3개월 이상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고,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지즈 총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재선에 관한 법적 논쟁이 우선 끝나야 한다”는 점을 총선 실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무샤라프의 대통령 연임 자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얼마든지 또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한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다른 야당 지도자 등과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귀국 뒤 처음으로 이날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지만, “무샤라프 대통령과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 직후 해임돼 가택연금된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은 휴대전화로 변호사들에게 “희생의 시간이 왔다. 두려워말라. 독재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며 반정부 시위를 촉구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정국 불안정을 이유로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무샤라프 “군복 벗을 준비” 되풀이…‘해제 시기’엔 침묵
무샤라프 대통령은 5일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들을 관저로 초청해 “사법부와 행정부, 의회 등 ‘기둥’을 올곧게 한 뒤에, 나는 군복을 벗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무샤라프의 ‘설명’ 대부분은 사법부 등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력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은 연기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파키스탄 내각은 6일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총선을 2~3개월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총선문제를 길게 논의했고, 2개월 정도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3개월 이상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고,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지즈 총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재선에 관한 법적 논쟁이 우선 끝나야 한다”는 점을 총선 실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무샤라프의 대통령 연임 자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얼마든지 또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한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다른 야당 지도자 등과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귀국 뒤 처음으로 이날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지만, “무샤라프 대통령과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 직후 해임돼 가택연금된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은 휴대전화로 변호사들에게 “희생의 시간이 왔다. 두려워말라. 독재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며 반정부 시위를 촉구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정국 불안정을 이유로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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