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살 어린이 저임·장시간 노동 ‘허덕’
최근 급격한 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된 인도 경제의 20%가 8~14살 어린이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영국 <옵저버>가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인도의 어린이 노동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도의 어린이 노동자 대부분은 부모가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빈곤층 출신이다. 공장·식당 등은 차라리 낫다. 일하지 않는 아이들은 구걸·범죄로 연명하고, 심지어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 노동의 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마저 나온다. 인도의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1일 “어린이 노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주장을 실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협박과 구타 등으로 얼룩진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옵저버>가 취재한 미국 의류회사 ‘갭’(GAP)의 뉴델리 공장엔 어린이들이 하루 16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어린이(10)는 “돈 한푼 받지 못하고 넉달째 일하고 있다”며 “부모가 (나를 넘기고) 받은 돈을 다 갚을 때까지 못 나간다”고 말했다. 또다른 어린이(12)는 “울기라도 하면 고무 파이프로 맞거나, 입에 옷을 쑤셔넣는 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인도 경찰과 시민단체, 언론이 세 차례에 걸쳐 급습·적발한 섬유 공장들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살 가량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어두운 조명 아래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갭은 최근 “어린이 노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상품을 시장에서 회수했다. 갭은 과거에도 개발도상국의 하도급 생산 과정에서 어린이 노동 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지만, 일각에선 최근 급부상한 인도를 견제하려는 음모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방상공회의소의 아미트 미트라는 31일 재계 인사 모임에서 “중국이라면 이런 보도를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인도의 이미지를 깎아내린 외신들을 비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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