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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얀마 승려들 다시 거리행진

등록 2007-10-31 22:37수정 2007-11-01 01:38

양곤유혈사태 뒤 한달만에 불경 외며 시위
경찰과 충돌 없어
미얀마에서 유혈진압 사태 이후 처음으로 승려들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북서쪽으로 630㎞ 떨어진 파코쿠에서 승려 100여명이 한 시간 가량 거리행진을 벌인 뒤 각자 머무는 사원으로 돌아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31일 보도했다. 승려들은 이날 슈웨구탑을 출발해, 불경을 외며 행진했으나 성명을 발표하거나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다. 행진 과정에서 군경과의 충돌도 없었다. 노르웨이에 있는 <버마 민주주의 소리> 방송은 익명의 승려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생필품 가격의 인하와 국가적인 화해, 그리고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즉각적인 연금해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승려들의 행진은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가 유혈사태 문제를 풀기 위해 두번째로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뤄졌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감바리 대사가 오는 3일께 엿새 일정으로 미얀마를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감바리 대사는 11월 셋째주에 미얀마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특사의 조속한 복귀를 바란다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의사에 군부가 합의하면서 일정이 당겨졌다.

이에 앞서 3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반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미얀마의 위기를 끝나게 하자면 인권과 민주회복을 향한 진정한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군사정권에 계속 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이날 시위가 일어난 파코쿠는 80여 사원이 있는 불교 수행 도시로, 지난달 시위 때 승려들이 처음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던 곳이다.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달 5일 이곳에서 승려 300여명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공중에 실탄을 발사하며 승려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체포했다. 승려들은 다음날 시위 자제를 요청하러 온 지방관리 20여명을 수시간 인질로 잡고 이들이 타고 온 자동차 네 대를 불태웠으며, 이후 승려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양곤 등지에서 10만명으로 불어나면서 군경의 유혈진압 사태로 이어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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