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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쪽 위헌소송 제기…이슬람 지지 샤리프 ‘귀국’ 변수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19일 새벽 추가 테러를 피해 일단 집으로 돌아간 뒤,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을 향한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토-무샤라프의 권력분점이 차기 정부에서 무샤라프가 대통령직을, 부토가 총리직을 맡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무샤라프는 일단 지난 6일 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통령 연임을 향해 한 발 다가선 모양새다. 다만 현직 육군 참모총장인 그가 공무원 신분으로 입후보했다는 이유로 일부 의원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해,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선거결과의 공식 발표는 연기된 상태다. 지난 17일부터 심리에 들어간 대법원은 거듭 판결을 미루고 있다. 무샤라프의 임기는 다음달 15일이면 끝난다.
부토는 내년 1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승리해야 총리가 될 수 있다. 무샤라프의 사면은 향후 부토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가능케 해준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현행 헌법은 총리직을 세 번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토는 무샤라프와의 권력분점 협상에서 헌법 조항 수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샤라프의 부토 사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위헌소송도 넘어야 할 산이다.
99년 무샤라프의 군부 쿠데타 당시 실각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샤라프에 의해 추방됐다가 지난달 대법원이 ‘귀국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그는 곧장 귀국했지만 공항 도착 4시간 만에 다시 추방당했다. 이슬람주의 세력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샤리프는 다음달 다시 한 번 귀국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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