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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키스탄, 부토가 돌아온다

등록 2007-10-17 18:04

베나지르 부토(54) 전 파키스탄 총리가 8년 동안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18일 귀국한다. 지난 6일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토는 17일 두바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일 이 시간이면 카라치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기본적 인권을 믿는 나와 파키스탄 사람들이 기다려 온 날”이라고 말했다. 그의 귀국을 앞둔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 카라치에는 부토를 ‘새로운 희망’이라 부르는 포스터와 깃발이 주요 거리를 휩쓸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100만명이 넘는 환영 인파를 예상하고 있다.

부토의 귀국이 가능해진 것은 무샤라프가 부토와 권력분점을 통한 지지기반 강화에 나서면서, 그동안 그를 망명으로 내몰았던 부패 혐의를 사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 아래 지난 7월 말부터 모습을 드러낸 권력분점 협상은 부토에 대한 사면 승인이 떨어진 지난 5일에야 최종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부토는 무샤라프의 육군참모총장 퇴임과 자신의 사면 및 세번째 총리 취임을 위한 헌법 조항 수정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무샤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군복을 벗겠다고 공언해, 이미 후임자를 정해둔 상태다. 부토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 승리를 통한 세번째 총리 취임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두 사람 모두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무샤라프는 17일부터 시작된 대법원의 후보자격 심리에서 승인을 얻어야 공식적으로 대통령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부토의 사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12일부터 위헌 여부 심리를 진행 중이다. 무슬림 정치인 5명은 무샤라프의 ‘선물’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또 친탈레반 성향의 이슬람주의 세력은 부토의 ‘암살’을 공언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의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는 지난주 “미국의 이익만 대변하는 부토를 자살폭탄으로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부토의 대중적 인기를 경계하는 정부 일부의 움직임도 격해졌다. 부토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카라치로 오려는 지지자들에 총을 쏴 11명이 다쳤다”며 “당 차원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군부 쿠데타로 실각·사형당한 아버지에 이어 군부독재를 비난해 온 부토가, 군부와 ‘밀회’를 통해 권력분점에 나선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군부가 민주세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주의 세력에 반대하는 친미 성향 탓에 무샤라프와 부토의 연정은 당연할 수 있다고 본다.

88년, 93년 선거에서 파키스탄인민당의 승리를 이끌어 두 차례 총리를 지낸 부토는, 두 차례 모두 대통령이 부패를 주장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는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와 함께 무기거래 커미션을 통한 비자금 형성 및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를 통한 은닉 등의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부토의 이름은 부패 및 실정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혐의는 10년이 되도록 입증된 게 없다. 부토가 99년 법정 출석을 거부해 문제가 됐을 때도, 혐의를 강력히 주장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측근들이 재판에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부토는 70년대 파키스탄 핵개발을 주도한 민족주의자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의 딸이다. 하버드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엘리트 여성인 그는 한때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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