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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양심적 기자·군인이 희망 “미얀마 시위 이제부터”

등록 2007-10-11 20:02수정 2007-10-11 20:29

베르틸 린트네르
베르틸 린트네르
미얀마 전문가 린트네르 인터뷰
미얀마의 민주화를 갈구하던 이들은 양곤의 시위가 진압되며 가슴 아파했다. 20여년만에 성사된 시위가 40년 넘게 지속된 군부독재를 타도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미얀마 관련 최고 권위자중 하나인 베르틸 린트네르 전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기자는 8일<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군부가 미얀마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승려들을 탄압함으로써 자신들의 무덤을 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늘도 수많은 언론인들이 검열을 피해 기사 행간에 진실을 전달하고, 군인들도 소극적이나마 명령에 불복종하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며 “결국 희망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 망명 세력이 아니라 미얀마 내부에서 투쟁하는 이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미얀마에 대한 글을 써온 린트네르는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 군부 등을 가장 잘 아는 언론인으로, 미얀마에 대한 책 10여권을 집필한 바 있다.

승려 탄압, 군정 자충수 될것…민주화조직 재건이 관건
“망명뒤 편안한 저항” 쓴소리…‘반골 군인’ 수천명 주목

미얀마 양곤의 거리에서 한 인력거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미얀마 양곤의 거리에서 한 인력거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미얀마의 현재 상황은.

=양곤은 공포의 도가니다. 밤마다 집집마다 머릿수를 센다. 미얀마는 통제를 위한 강력한 주민등록제도를 갖고 있다. 집집마다 남녀노소 몇명이 사는지 파악돼 있다. 군인들은 불시에 집에 들어와 사람수가 모자라거나, 명단에 없는 이가 숨어있으면 불온한 일에 간여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잡아간다. 이미 1만여명이 사라졌는데, 이 가운데 5천여명이 불교 승려로 추정된다. 미얀마 군부는 방송에서 ‘오늘도 몇백명 풀어줬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돌아온 이는 많지 않다.

-1만명을 잡아가 수용할 곳이 있나. 다수가 죽은것 아닌가.

=최소 수백여명은 죽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곤 뿐만 아니라 탄웨이 등 다른 위성도시에서도 총격이 있었고, 수상 사원을 배들이 에워싸고 총격을 하는 등 확인된 사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람들을 가둬둘 곳도 충분하다. 양곤 기술대학 한곳만 해도 규모가 매우 크다.


-어쨌든 현 시위는 실패했다. 기대가 컸는데, 왜 이렇게 됐나.

=처음부터 안될 것이라고 봤다.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마지막으로 일어났던 1988년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이 투옥 혹은 가택연금 당했고, 나머지는 외국으로 망명했다. 1988년에는 정치 지도자도 많았고, 젊은 학생들도 튼튼한 조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 시작 2주 뒤에 아웅산 수치가 등장했고, 총리를 역임한 우 누(U Nu)와 군 출신인 틴 우(Thwin U)같은 많은 지도자들이 나타났다. 반면 이번 시위는 승려들이 주도했다. 승려들은 20세기 초반 미얀마의 독립운동을 운동을 주도했다. 감옥에서 단식투쟁하며 죽은 승려도 있다. 그러나 승려들은 사람을 조직할 수 있지만, 정치 지도자가 될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1988년에는 승려들이 한 역할이 거의 없지 않는가.

=맞다. 그런데 미얀마인들에게 불교가 주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이번 시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군부정권 종말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미얀마 역사에서 불교가 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째는 식민지 시기 영국군이 사원에 신발을 벗지 않은 사건에서 유발됐다. 소위 ‘신발 사태’라고 하는 이 사건은 미얀마인들의 분노를 불러와, 독립투쟁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시위에서도 역시 군부는 군화를 신고 사원에 들어가 물건을 약탈했다. 외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게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민감해하고 분노하는 지점이다. 영국군은 승려들을 죽이지도 않았는데도 쫒겨났지만, 이번에는 승려들이 피를 흘렸다. 고로 이번 시위는 끝난게 아니라 탄 슈웨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끝의 시작’에 불과하다.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민주화’ 검문 /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과 북쪽의 바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바리케이드와 임시검문소를 설치하고 지나는 차량들을 감시하고 있다. 바고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민주화’ 검문 /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과 북쪽의 바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바리케이드와 임시검문소를 설치하고 지나는 차량들을 감시하고 있다. 바고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결국 민주화 세력 조직이 문제인데, 현재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의 조직 재건 전망은 어떤가.

 =1988년에는 교수, 공무원, 농부 노동자 할것 없이 모두가 다 NLD를 지지했다. NLD는 하나의 정당이라기보다 운동단체였다. 1989년 아웅산 수치가 이라와디강의 삼각주 지역을 방문했다. 배를 타고만 갈수 있는 외진 곳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중앙당에서도 모르는 자생적인 NLD 지부가 있었고, 비서와 사무실이 있어 수치를 놀라게 했다. 1990년 총선당시 군부는 워낙 여러 정당이 난립하니 표가 찢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군부에 대한 찬반투표로 여기고, NLD에 표를 몰아줬다. 총선 뒤 군부는 NLD의 청년들을 잡아넣어 20~30년형을 내리고 쓸모없는 노인들만 남겨놨다. 이로써 군부는 외부 세계에 “우리가 NLD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전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NLD는 집권 역량이 없는 노인집단”이라고 폄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거 NLD 지지층의 몇분의 1이라도 다시 조직한다면 승산은 있다. -결국 민주화 세력 조직이 문제인데, 현재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의 조직 재건 전망은 어떤가.

 =1988년에는 교수, 공무원, 농부 노동자 할것 없이 모두가 다 NLD를 지지했다. NLD는 하나의 정당이라기보다 운동단체였다. 1989년 아웅산 수치가 이라와디강의 삼각주 지역을 방문했다. 배를 타고만 갈수 있는 외진 곳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중앙당에서도 모르는 자생적인 NLD 지부가 있었고, 비서와 사무실이 있어 수치를 놀라게 했다. 1990년 총선당시 군부는 워낙 여러 정당이 난립하니 표가 찢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군부에 대한 찬반투표로 여기고, NLD에 표를 몰아줬다. 총선 뒤 군부는 NLD의 청년들을 잡아넣어 20~30년형을 내리고 쓸모없는 노인들만 남겨놨다. 이로써 군부는 외부 세계에 “우리가 NLD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전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NLD는 집권 역량이 없는 노인집단”이라고 폄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거 NLD 지지층의 몇분의 1이라도 다시 조직한다면 승산은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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