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위진압때 ‘불협화음’
후계구도 싸고 권력과시 관측
후계구도 싸고 권력과시 관측
미얀마(버마) 군정 내부에서도 지난달 시위의 강경진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져 ‘철옹성’으로 알려진 군부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승려들이 양곤 시위에 가담하면서 시위대 규모가 10만명을 넘어서자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황급히 군 고위층 회의를 소집했다고 홍콩의 시사지 <아주주간> 최신호가 소식통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 탄 슈웨는 강경진압을 주문했다. 그러나 양곤과 동북부, 서북부의 주요지역 사령관들은 병력 이동에 반대하며, 평화로운 수단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탄 슈웨는 서열 3위인 투라슈웨 만 3군 참모총장과 더불어 강경진압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진압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은 이어졌다. 양곤지역 사령관은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하다 군정에 체포됐으며, 만달레이 시위진압에 나섰던 부대에선 탈영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군 고위층도 민간인을 향한 발포 명령에 불만을 가지고 비밀리에 항명을 논의했다. 군정 서열 2위인 마웅 에이 장군은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 밀회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부 반대와 유혈사태를 무릅쓰고 탄 슈웨(74)가 시위 강경진압에 나선 것은 후계구도를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탄 슈웨는 심장병과 당뇨병 등을 앓고 있어 후계구도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압을 총지휘한 투라슈웨 만(60)은 탄 슈웨가 가장 신뢰하는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마웅 에이(70)를 비롯한 군정 지도부 주요 인사들에 비하면 젊은 편이다. 그로선 잡음 없는 권력승계를 위해 탄 슈웨 등 보수파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했고, 이번 기회에 ‘우도소시’(소 잡는 칼 솜씨를 작은 일에 써보임)했다는 것이다.
한편, 2004년 10월 취임 14개월 만에 해임된 킨 윤 전 총리 지지파가 이번 시위의 배후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가 격렬했던 양곤은 킨 윤 지지파가 많은 곳이다. 탄 슈웨가 수도를 옮겨야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될 정도다. 킨 윤은 재임 당시 7단계 민주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아웅산 수치와 대화를 계획하는 등 군부의 대표적 온건파로 꼽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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