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유일한 구심점” “민주화돼도 여전” 분석
지난달 승려·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미얀마(버마) 군정은 지난 45년의 철권통치를 통해 미얀마 사회의 전반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얀마 문제 전문가인 베르틸 린트네르는 〈이스트아시아재단저널〉 올해 가을호에서 “군정이 붕괴된다면, 군부 외에 어떤 구심점도 존재하지 않는 미얀마 사회는 무정부상태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국내의 다른 정치조직들은 국정을 맡아본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7일 미얀마에 민주주의 정치가 도입된다 해도, 군부는 여전히 ‘국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도 “미래의 정부가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군부가 참여해야 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45년 통치기간 미얀마 군정의 영향은 곳곳에 스며들었고, 기업체와 기관들은 대부분 군부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장관 33명 가운데 군인이 아닌 사람은 3명 뿐이다.
군부를 통제하는 것은 강력한 ‘공포감’이다. 군인들이 불교국가에서 성직자인 승려들을 쏠 수 있었던 것도 공포감 때문이다. 타이 파야프대학의 윈 민 교수는 “승려들을 쏘라는 명령에 동의하지 않는 지휘관들도 있었겠지만, 불복종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명령불복종은 즉시 사살을 의미한다. 미얀마군에선 가장 큰 범죄행위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군정을 ‘변호’하기도 한다. 미 조지타운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군정이 하는 일이 모두 선전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군인들에겐 진짜 신념도 있다. 그들은 군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국내에 어떤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군부는 내부단결로 헌법상 가장 강력한 조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민간조직들이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군정은 승려 폭행·사살로 민심을 잃었지만, 이는 양곤 지역에 한정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곤과 더불어 야간통행금지가 선포됐던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만 해도 승려 학대가 양곤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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