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만여명 행진…방콕 워싱턴 스톡홀름서도
감바리 유엔특사 “구타·무단체포 심각한 상태”
감바리 유엔특사 “구타·무단체포 심각한 상태”
미얀마(버마) 군정의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행사가 6일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미얀마의 옛 종주국이었던 영국 런던에선 1만여명(시위대 추산)이 모여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와 트라팔가광장 등을 행진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성명을 내 “세계는 버마 사람들을 잊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와 이웃한 타이의 수도 방콕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미국 워싱턴, 스웨덴 스톡홀름 등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고, 서울에서도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백여명 규모의 집회가 개최됐다. 유럽 각지에선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 미얀마 정부와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미얀마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브라힘 감바리 특사는 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민간인 가정 심야급습과 구타, 무단 체포, 실종 등이 잇따라 보고돼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미얀마 지도자들이 자국에서 벌어진 상황이 심각한 국제적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양자간의) 드높은 불신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탄 슈웨 장군이 아웅산 수치와의 대화를 조건없이 수용해야 한다”며 우선 모든 구금자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가 잦아든 미얀마에선 지난달 시위를 주도한 민주화 운동가들과 승려들이 체포를 피해 매일같이 거처를 옮기며 ‘다음 단계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지난달 시위를 주도했다는 한 승려는 뉴욕의 지지자들과 한 위성통화에서 “군정이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소극적 시위’로 군정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콕에 망명한 한 활동가는 “사람들은 군정에 협력을 거부하고, 공장·사무실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곤 시내 주요 사찰에서는 민주화를 기원하는 촛불시위가 소규모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의 일부 시민들은 군정의 동정 소식을 듣지 않기 위해 저녁 뉴스가 시작되는 8시부터 15분 동안 텔레비전을 켜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관영 언론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10명이 사망, 2천여명이 체포됐으며, 상당수가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얀마 외교가와 국내외 활동가들은 사망자가 적어도 200명, 체포된 이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