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반정부 시위의 주도 세력인 승려들 가운데 4천여명이 지난주 붙잡혀 양곤 시내의 한 기술대학 및 사용하지 않는 경마시설에 구금됐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체포된 승려들이 옷이 벗겨진 채 수갑을 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음식물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정 관계자는 승려들이 곧 미얀마 북부의 감옥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정은 양곤 시내 주요 사찰들을 지난달 27일부터 폐쇄하고 28일부터는 출입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
노르웨이에 거점을 둔 반정부 단체 ‘버마의 민주주의 목소리’는 이번 시위로 138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군정이 시위대의 주검을 곧바로 태워버렸다는 등의 소문이 잇따르고 있으나, 군정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군정은 국경지역을 지키던 엘리트부대 77여단을 시위 진압에 투입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가장 강력한 특수부대로 알려진 이 부대는 지금까지 양곤 시내를 통제하고 있다. 1일 니안 윈 미얀마 외무장관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얀마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등 군정은 시위 진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시위가 확산돼 군부가 강경진압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주 가족들을 전세기에 태워 이웃나라 타이의 방콕에 ‘피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시위에 대한 군사정권의 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권이사회 47개 참가국들은 “미얀마 정부가 구타와 살인, 자의적인 구금 등을 통해 평화로운 시위를 잔악하게 진압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미얀마를 방문 중인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는 2일 수도 네피도에서 탄 슈웨 장군 등 군정 지도부를 만난 뒤 양곤으로 돌아와 아웅산 수치를 다시 만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감바리 특사는 이날 미얀마를 떠났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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