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8천여명 열악한 생활…반정부 시위에 촉각
“해가 뜨면 살을 태우고, 비가 오면 몸을 적신다.”
방글라데시의 미얀마 난민촌에서 7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토야마 하크는 “이곳엔 앉아 있을 자리도 없다”며 고통을 털어놓았다. 미얀마 국내의 반정부 시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정부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에 온 미얀마 난민 8천여명의 열악한 생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비시〉 방송은 29일 지난 20년 동안 군정의 폭정을 피해 도망 온 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 숲속을 헤메고 있으며, 구걸과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주거지역은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의 나프강 주변 홍수림 지대에 밀집해 있다. 밀물 때면 매일같이 난민촌이 물에 잠기고, 우기가 되면 물난리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 혼잡한 큰 길에 붙어 있어 교통사고도 잦다. 올해 들어서만 어린이 20여명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으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선 소수자다. 이슬람교를 탄압하는 군정을 피해,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유일한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로 온 것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에게도 이들은 ‘불청객’에 지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난민들은 “미얀마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사업에 종사하는 두두 미야는 “군정은 무슬림들을 고문한다”며 “무슬림들의 땅을 빼앗아 군부대를 짓고, 무슬림들은 교육도 못 받게 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혼이나 자녀 출산도 정부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얀마 반정부 시위에 대해 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군정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들은 미얀마에서 무슬림들이 불교 승려들의 시위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벵골 지방 무슬림’으로 분류하면서도, 공식적인 소수인종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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