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28일 미얀마 이민자들이 미얀마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2천명 이상의 미얀마인들이 미얀마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사관 주변을 행진했다. 콸라룸푸르/AP 연합
‘연료값 인상’ 왜 항쟁 도화선 됐나
미얀마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8월15일 정부의 갑작스런 연료 소매가격 인상 조처였다. 군사정권의 경제실정 등 무능력과 장기 군사독재 체제에 대한 염증이 생필품인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 경제봉쇄 수출길 ‘꽁꽁’
군정 무능 산업육성 ‘난 몰라’
■ 정책 없는 경제=1988년 ‘랑군의 봄’ 뒤 미얀마 군정은 형식적으로나마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외자유치나 제조업 육성 및 수출 증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부족했다. 미얀마 경제는 여전히 농업·광업·임업 등의 1차산업 의존도가 높다. 규모가 큰 공장들은 지금도 국유 형태이며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다.
군정의 최근 경제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의 연속이었다. 2004년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며 정부는 쌀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자 농민들의 수입이 줄었다. 2005년엔 정부 보조금 부담을 줄인다며 정부 보조 기름의 가격을 아무 예고 없이 8배 올렸다. 2006년엔 공무원·군인의 월급이 5~12배 올랐다. 지난달 연료가격 인상도 ‘느닷없는’ 인상이었다.
국내 제조업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대 제조업이었던 봉제업은 2003년 미국의 경제제재로 수출이 격감했다.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해 실업자 수만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연평균 3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은 일반 국민의 삶을 위기로 내몰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기름의 값을 올린 것은 직격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 멀어진 외국=미얀마 군정은 지난해 특별경제구역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외자 유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경을 맞댄 중국·베트남 등 옛 공산권의 ‘친구들’이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데 비하면 성과는 초라하다. 산업은 오히려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몇년간 외자기업들은 속속 철수했다. 자원 부문을 제외하고 외국 기업들은 대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군정의 경제운용을 믿을 수 없었고 인프라가 원체 열악했기 때문이다. 전기 공급은 항시 불안하고, 1800년대에 만들어진 철도는 지금껏 거의 보수된 적이 없을 정도다.
서방은 군정의 민주화이행 거부 및 인권유린을 문제삼아 경제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미국은 투자·수입 등 경제교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세계적으로 벌이는 미얀마 상품 불매 운동 역시 미얀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 분배되지 않은 열매=최근 몇년 동안 미얀마 무역수지는 꾸준히 성장했다. 2005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타이로의 천연가스 수출이 ‘일등공신’이었다. ‘자원의 블랙홀’ 중국 등지에 목재나 석탄, 망간 등도 수출하는 등 근래 수출은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성장의 열매는 소수 부유층과 군사정권이 독점했다. 경제 관련 요직은 모두 군인들이 차지했다. 최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는 고층맨션과 서방의 초호화 브랜드 상품이 등장했으며, 자동차 대수도 몇 해 전보다 증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걸핏하면 정전에 시달리는 일반 주거지역 및 공단지역의 만성적인 전력부족과는 대조적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군정 무능 산업육성 ‘난 몰라’
미얀마 주요 경제지표 / 미얀마 주요 물가 변동
하지만 이런 성장의 열매는 소수 부유층과 군사정권이 독점했다. 경제 관련 요직은 모두 군인들이 차지했다. 최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는 고층맨션과 서방의 초호화 브랜드 상품이 등장했으며, 자동차 대수도 몇 해 전보다 증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걸핏하면 정전에 시달리는 일반 주거지역 및 공단지역의 만성적인 전력부족과는 대조적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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