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아부다비서 비밀회담…연정통한 지지기반 강화 노린 듯
권력기반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정적’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만나 ‘권력 분점’의 개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9일 무샤라프 내각의 장관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두 사람은 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두 차례 연 비밀 회담을 통해 △무샤라프의 군 총사령관 퇴임과 대통령직 유지 △부토 전 총리의 귀국과 세번째 총리 취임 허용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토 쪽이 공정한 선거를 위해 친무샤라프계인 샤우카트 아지즈 현 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면서, 무샤라프 쪽과 후임자에 대한 이견의 폭은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와의 ‘연정’을 통해 국내 지지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 해임을 반대한 민주화 세력의 압박 △랄마스지드(붉은 사원) 유혈 강제진압에 대한 이슬람주의 세력의 보복 등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휴전상태를 유지했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부족들은 랄마스지드 사건 이후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 지역에서 알카에다·탈레반 등 이슬람주의 세력이 번창한 데 대해 쏟아진 미국의 비난도 그로선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양쪽은 오는 9월 현재 의회 임기 안에 간접선거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11월 전에 총선을 통해 새 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의회는 지난 2002년 무샤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해임 무효화로 실권을 회복한 차우드리 대법원장이 그동안 줄곧 간접선거를 위헌이라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총선에서 인민당이 다수당으로 선출되면, 부토 전 총리는 1988년, 93년에 이어 세번째로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부토 전 총리는 파키스탄 민주화운동의 오랜 지도자로 세속주의 정당인 인민당(PPP) 당수이기도 하다. 99년 무혈쿠데타에 성공한 무샤라프에 의해 추방된 그는, 무샤라프와 ‘밀회’ 뒤 가진 한 파키스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며, 파키스탄 인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샤라프와 부토의 권력 분점이 미국·영국 등으로부터는 환영받을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부토 역시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며, 랄마스지드 강제 진압에 지지 의사를 보인 바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