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스스로 퇴진
내년 초 선거
내년 초 선거
올해 왕정 실시 100주년을 맞은 부탄 ‘왕국’이 본격적인 ‘민주국가’로 거듭난다.
쿤장 왕디 선거관리위원장은 내년 초에 부탄 최초의 선거를 치른다는 일정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그는 “약 4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게 될 이번 총선은, 모든 정당 대상 1차투표를 2월, 최다득표한 2개 정당 대상 결선투표를 3월에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부탄 왕정은 선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국민들을 위해 지난 4·5월 두 차례 ‘모의선거’를 실시할 만큼 왕정 탈피와 민주화 이행에 적극적이다.
총선 실시는 부탄이 추진해온 착실한 민주화의 결정판이다. 지난해 12월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선왕 지그메 싱예 왕추크(52)는 10여년 동안 왕권을 약화시키며 민주주의체제 도입에 앞장서왔다. 그는 2001년 일상적 행정을 내각이 맡도록 했고, 2005년 3월엔 ‘민주 헌법’ 초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초안은 의회민주주의를 그 중심내용으로 하며, 국왕의 임기(65살까지)와 국왕 탄핵도 규정했다. 16살 때 왕좌에 오른 싱예 선왕은 지난해, 의회정치로 바뀌기 전에 왕의 직무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며 옥스포드 유학생 출신인 아들 지그메 크헤사르 남그얄 왕추크(27) 국왕에게 왕위를 넘겼다.
그렇지만 남아시아의 다른 ‘민주’ 국가들이 겪는 정치적 혼란을 목격한 부탄인들 사이에선 꼭 민주화가 필요한가 하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모의선거에선 민주화보다 현재의 왕정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