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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키스탄 ‘법복 반란’ 민주화 부르나

등록 2007-03-15 18:15수정 2007-03-15 19:39

군부통치 맞선 대법원장 가택연금에
변호사 수천명 “무샤라프 사임” 연일 시위

파키스탄 변호사들의 거리시위가 7년에 걸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뒤흔들고 있다.

검은 깃발 등을 든 넥타이 차림의 변호사들은 파키스탄 주요 도시에서 “무샤라프 사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일에는 변호사 몇 천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진압에 나선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어 20여명이 다쳤다. 14일엔 변호사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카라치의 고등법원 건물을 에워싸기도 했다. 야당 지지자와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변호사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법 폭거’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9일 ‘권한 남용 등에 대한 중대한 불만이 접수됐다’는 이유를 들면서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의 ‘조용한’ 사임을 압박했다. 이 요구가 거부당하자, 무샤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직무정지와 함께 가택연금 조처를 내렸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수장을 사실상 쫓아내는 초헌법 조처가 장기 군사통치에 넌더리가 난 변호사들의 분노에 불을 당긴 것이다.

특히, ‘꼿꼿한’ 초우더리 대법원장은 무샤라프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 싸울 뜻을 밝혀,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2005년 6월 8년 임기의 대법원장에 취임한 초우더리는 정부로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는 파키스탄 보안당국에 의해 불법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 활동가나 테러 용의자의 실종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하는 등 민감한 사안들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정보당국에 실종자들의 소재를 털어놓을 것을 요구해 정부 쪽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정부 소유의 제철소 매각에 문제가 있다며 계약을 무효화했다.

이런 성향의 대법원장을 그대로 두고서는 재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초강수를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군복을 입은 채 대통령직을 유지해 온 무샤라프로선 올해로 예상되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재선에 어떤 헌법적 논란도 제기하지 않을 판사들로 대법원을 채우려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주요 방송국들이 변호사 시위 장면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막는 등 언론탄압도 강화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시위가 거대한 철권통치에 짓눌린 파키스탄에서 거대한 민주화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무샤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민심 이반을 재촉해 무샤라프의 고립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비비시> 방송은 전망했다. 파키스탄 중견 변호사인 타파줄 리즈비는 “지금 보이는 것은 정치적 소용돌이”라며 “이것이 커지면 무샤라프를 포함해 누구든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치기반이 약화하면 든든한 후원자인 미국도 ‘무샤라프 이후’를 내다본 여러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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