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사·대학교수등 토로
[강제이주 70년 중앙아시아의 한인들]
[강제이주 70년 중앙아시아의 한인들]
중앙아시아의 한류가 드라마로 시작됐다면, 새롭게 감지되는 ‘혐한류’의 징조는 단연코 퇴폐 관광문화에서 시작한다. 특히 이런 두 가지 흐름은 사실상 현지인화하고 있는 고려인 4~5세대들에게 빛과 그림자가 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최고 명문 동방대학의 윤태영 교수(한국어학과)는 “경제가 앞서고, 드라마를 통해 한국이 많이 알려졌다고 해서 우즈베크 안에서 위상이 높다고 얘기하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위상은 경제력보다 다른 민족의 문화를 배려하고 품을 줄 아는 도량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룸살롱 등의 밤 문화, 관광문화에 대해 “현지 고려인이나 우즈베크 사람들은 비싸서 가지도 못하는 특수 문화를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부끄럽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선교활동에 나서는 한국에 있는 교회나 기독교계 단체들의 활동도 새로운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고려인돕기운동본부의 이현경 자원개발팀장은 “한국의 큰 교회에서 시민단체로 위장파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선교활동이 금지된 우즈베크에서 암암리에 무리한 선교활동을 펼치다가 쫓겨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타슈켄트 외곽의 낙후한 농촌지역에서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이종수 국제기아대책기구 실장은 “한국에서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비자 연장 신청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쫓겨날 만큼) 절박한 위기”라고 말했다.
문하영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우즈베크는 그냥 좀 못사는 나라일 뿐, 한국이 무시할 수 있는 민족은 아니다”라며 “특히 효용가치가 별로 없는 구호품을 적선하듯 지원하려는 것이나 종교 한탕주의로 보일 만큼의 무리한 선교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인’들이 고려인에게도 시혜적 접근이 아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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