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가 19일밤 전격 단행한 쿠데타는 성공한 것일까?
외견상으로는 '그렇다'이지만 실질적으로 '아직 아니다'가 정답이다. 국민의 절대적 충성과 존경을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쿠데타에 대한 추인 발언이 쿠데타 이틀째인 20일 현재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쿠데타 지도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상.하원은 물론 내각과 헌법재판소를 해산했다. 헌법의 효력도 일시 중지시켰다. 군부가 국가 주요 기관을 완전 장악한 것이다.
현재 태국의 실질적인 권력기관은 쿠데타 지도부가 스스로 칭한 '민주 개혁 평의회'다. 이 '민주 개혁 평의회'가 잇따라 초법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다.
평의회는 20일 지방권력도 군부로 이관했다. 4개 지역 군사령관들에게 각각 지방 행정권을 일임한 뒤, 주지사와 지방관리들이 군사령부의 지시에 따를 것을 명령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부는 또 임의대로 20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앞서 국영 및 민영 TV를 완전 장악한 군부는 정규방송도 중단시킨 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성명을 발표하고, 쿠데타 소식을 실시간으로 방영하던 CNN과 BBC 등의 뉴스채널 송출을 중단시켰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쿠데타 지도부가 실질적 권력이 없는 국왕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를 단행, TV 방송국을 장악한 뒤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국왕을 칭송하는 화면을 장시간 내보냈다. 쿠데타가 성공한 후 이를 자막으로 방송할 때도 국왕 찬가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쿠데타군이 탱크를 동원해 정부청사를 장악할 때도 포신에 푸미폰 국왕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노란색 리본을 매달았다. 자신들은 국왕의 부대라는 뜻이다. 군부는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면서 이번 쿠데타가 국왕의 승인을 받은 것임을 국민에게 암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노란색은 왕실을 의미하는 색깔이다. 지난 6월 9일 즉위 60주년을 맞은 국왕의 만수무강을 빌기 위해 온 국민은 자발적으로 매주 월요일이면 노란색 옷을 입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요일이면 태국 전역은 노란색 옷으로 덮일 지경이다.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푸미폰 국왕은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살아있는 부처'로 통한다. 국왕이 행차하면 모든 국민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국왕을 향해 공손히 두손을 모은다. 일부 국민은 국왕의 은덕에 감화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마치 중세 전제왕권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다.
푸미폰 국왕은 이처럼 실질적 권력이 없지만, 국민의 절대적 충성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에 국왕을 거스르는 것은 국민을 거스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이번 군부 쿠데타는 푸미폰 국왕의 추인을 받을 수 있을까?
태국 국민 대다수는 그럴 것으로 믿고 있다. 쿠데타를 이끈 손티 장군은 국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군 수뇌부이기 때문이다. 손티 장군은 쿠데타 직후 국왕을 알현하고 새정부 구성에 대한 추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전에 국왕의 승인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손티 장군은 총리를 역임한 뒤 국왕의 최고자문기관의 의장을 맡고 있는 국왕의 최측근인 프렘 탄술라논다 장군의 계열인 것을 두고 하는 분석이다.
프렘 장군은 지난 7월 육군사관학교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군을 말에, 정부를 기수에 비유한 뒤 "기수는 왔다 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군은 항상 나라와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국왕에 대한 유별난 충성심을 과시했었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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