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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박재규 총장·와다 하루키 대담-‘동북아 협력의 길’

등록 2006-05-28 21:19수정 2006-05-28 21:31

<b>와다 하루키</b>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68)는 러시아사와 한반도사 전문가다. 일본에 흔치 않은 한국통으로, 살아있는 양심이다. ‘일-조(북) 국교촉진 국민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4월부터 <한겨레>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68)는 러시아사와 한반도사 전문가다. 일본에 흔치 않은 한국통으로, 살아있는 양심이다. ‘일-조(북) 국교촉진 국민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4월부터 <한겨레>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일본의 양심’ 와다 교수, 독도 문제에선 말 아껴
박 총장, 한-일 ‘좋은 관계’ 구축의지 감퇴에 우려
<b>박재규</b> 경남대 총장(62)은 북한 연구가 제약을 받던 1960년대부터 반세기 가까이 북한문제를 연구해온 북한 전문가로 <북한정치론> 등 저서가 많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1∼4차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62)은 북한 연구가 제약을 받던 1960년대부터 반세기 가까이 북한문제를 연구해온 북한 전문가로 <북한정치론> 등 저서가 많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1∼4차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다.

와다 하루키 “동북아 공동체 한국이 주도해야”

박재규 “한·중·일관계 개선이 번영 밑돌”

역시 한-일관계는 예민했다.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우익의 행태는 맹비난 했으나, 독도 문제에선 말을 아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과 와다 교수가 22일 서울 용산구 힐튼호텔에서 1시간 10분 남짓 한-일관계를 비롯해 동북아공동체 구축과 대학의 구실 등 다양한 쟁점을 놓고 깊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대담은 22~23일 서울과 개성으로 남북을 오가며 진행된 ‘동북아공동체 구축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의 와중에 이뤄졌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대만 등의 대학총장이 참여한 동북아대학총장협회와 한국대학총장협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주최했다.

박 총장과 와다 교수는 대담 도중 대학과 지식인의 구실을 강조했고, 구체적 ‘연대’를 논의하기도 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에서 환동해 경제교류협력 문제를 선도적으로 연구해온 시마네현립대학의 ‘북동(동북)아시아지역연구센터’가 지난해부터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자 ‘침묵하고 있는 역설’을 지적했다. 일본 대학 가운데 동북아지역연구센터는 시마네현립대학을 포함해 두곳 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이 곳의 연구진들과 한국의 연구소가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 양국의 대학 등 지식인 사회가 합리적 목소리를 내며 평화로운 동북아공동체를 이뤄나가는데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와다 교수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구체적 연대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대담 통역은 양문수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경제학)가 맡았다.

“한반도가 중심이 돼 동북아 공동의 집을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화로운 동북아시아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새로운 꿈이자 비전이 아니겠는가?”

---‘일본의 양심’ 와다 교수, 독도 문제에선 말 아껴

-21세기 들어 동북아시아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한-일관계가 나빠지며 동북아 지역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와다 하루키(이하 와다)=한-일간에는 여러 흐름이 뒤섞여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집착은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일반 정치가 기준으로도 상당히 일탈한 행동이다. 외무성이나 경제계도 참배에 반대하고 있다. 총리의 신사 참배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일본 사회의 컨센서스가 있다. ‘독도-다케시마’ 문제도 중대하지만,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국이)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한다며 많은 얘기를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지는 모호한 점이 많다. 이를테면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자에 대해 보상방침을 밝혔는데도, 일본 정부의 반응은 미약하다. 납치문제로 일본인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물론 좋은 일도 있다. (새역모)역사교과서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한-일의 노력으로 잘 저지했다. 한류로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한류의 영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박재규(이하 박)=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독도 문제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부적절한)발언으로 한-일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일본 사회에서 큰 정치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욘사마 열풍 등 한류 덕분에 가까워지던 양국 국민의 (정서적)관계가 최근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 남북화해협력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이해도도 낮아지고 있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양쪽 모두에서 서로 좋은 관계로 가려고 하는 의지가 식어가고 있지 않나 한다.

---한-일 지식인 교류로 두 나라 갈등 해소 기여해야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문제 등은 국가주권 및 민족감정과 얽힌 예민한 문제로, 두 나라 국민들의 시각차가 크다. 대학과 지식인 사회의 구실이 있다고 보는데?

와다=일본 우익의 태도를 보자. 우익은 처음엔 납치문제를 들어 북한을 ‘악의 체제’라고 공격했다. 북한의 붕괴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남한 정부를 문제삼기도 했다. 강제징용자 보상문제 등 식민지 시대 문제와 관련해 한일합방은 (조선의)근대화에 기여했고, 과거사 반성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일반 국민은 다르다. 북한의 납치문제가 비판대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식민지시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문제제기를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일본 국민들한테 이 정도의 양식은 있다.

일본 국민들은 독도 문제에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러시아와 오랜 세월 갈등을 빚고 있는 북방영토(러시아식으로는 ‘남쿠릴 열도’)에도 관심이 없다.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초 ‘다케시마의 날’을 공표해 한-일간 독도 갈등을 불러온)시마네현에는 시마네현립대학이 있다. 이 대학에는 ‘북동아시아지역연구센터’가 있다. 이 연구센터는 환일본해(환동해) 경제 교류협력 연구를 선도해왔다. 그런데 이 연구센터가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불거진 뒤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가 경기도와 지속해왔던 교류도 완전 단절됐다. 일본의 대학 가운데 북동(동북)아시아지역연구센터는 시마네현립대학과 토호쿠대학 두곳 뿐이다. (한국이)이런 연구센터와 교류를 재개해 이들이 일본 안에서 (합리적인)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북돋우는 게 필요하다.

=시마네현립대학 ‘북동아지역연구센터’와 한국의 그에 맞는 연구소가 앞으로 협력해 독도 문제 등을 윈-윈의 방식으로 풀어가자는 제안에 동의한다. 한-일 연구소간 협력 연구 문제는 앞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겠다.

두 나라 정부와 정치인, 양쪽 보수진영이 좋은 해법을 찾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동북아 대학 총장들이 지역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 동북아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한-일의 지식인과 대학들이 독도문제를 연구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대학은 한-일의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심국가라고 너무 내세우면 동북아 공동체
만드는 데 시간이 오히려 오래 걸릴 것이다.
동북아 이익과 미국 이익이 어느 정도 조화 이뤄야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

-----와다 “미국도 동북아에 포함”-박 “개방적 자세 필요”

-와다 하루키 교수는 동북아시아공동체의 질서로 ‘동북아 공동의 집’ 구상을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동북아균형자론 등을 어떻게 평가하나?

와다=1990년대 초 ‘동북아 공동의 집’ 구상을 제기할 때에는 현실의 문제와 유토피아의 측면을 두루 고려했다. 우선 현실의 문제를 보면, 옛소련과 동유럽권에 변화가 오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반도가 중심이 되어 동북아 공동의 집을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권 붕괴 뒤 유토피아가 사라졌는데, 동북아 공동의 집은 동북아에 공동체를 이루자는 일종의 유토피아다. 사람이란 본래 꿈을 꾸며 앞을 보고 살아가는 존재다.

한국에도 나의 ‘동북아 공동의 집’ 구상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꿈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크게 진전됐고,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과 일-조(북) 정상회담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20002년 일-조(북일)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평양선언’은 외교문서로는 처음으로 ‘동북아시아’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

평화로운 동북아시아는 민주화를 달성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새로운 꿈이자 비전이 아니겠나? 논점은 미국이 동북아에 포함되느냐는 것인데, 나는 미국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국 쪽은 미국을 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4차 6자회담의 결과로 9·19공동성명이 채택됐다. 9·19공동성명은 동북아 평화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지금 주춤거리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초 주장과 인식이 중간 단계에서 9·19공동성명으로 표출됐다고 본다. 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좀더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공동체 구상을 현실적으로 발전시켜나가려면 우리(한국)가 너무 중심국가라고 내세우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시간을 단축시키며 좀더 발전시키려면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함께 미국을 위시해 여러 나라들과 개방적 자세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동북아공동체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이 서로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야 발전할 수 있지, 상충해서는 발전이 어렵다. 다른 한편, ‘경제중심’ 등으로 제한하지 말고 포괄적으로 풀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 총장은 동북아총장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이 협회의 구실과 사업 구상을 밝혀달라. 북한 대학의 참여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4년 전 동북아 대학 총장들이 대만에 국제회의 관계로 모였을 때, 21세기 동북아 시대는 대학 총장들이 앞장서서 싱크탱크 구실을 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동북아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그 사이 많은 일들을 해왔다. 국제언어교육 및 학생·교수 교류 확대, 상호학점 인정 및 공동연구 추진, 동북아 공동체와 연관된 공동 커리큘럼 개발 및 이를 추진할 학술회의 개최, 정보기술을 활용한 대학간 교육·연구 협력 증진 방안 연구 등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할 것이다.

북한 대학은 그동안 여러 차례 초청했으나, 아직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서울 회의를 앞두고 북쪽에 다시 참여를 요청했는데, 북쪽은 “취지엔 공감하나 여러 어려운 사정으로 서울회의 참여는 어렵다”고 알려왔다. 대신 북쪽은 23일 개성공단에서 있을 회의 둘쨋날 행사에는 대학 대표자가 참석해 의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북쪽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한-중 대 미-일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또 갈등의 심화를 막는 중재자·완충자 구실을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와다=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문제에서 그런 대립 구도를 상정해볼 수 있겠지만,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모든 미국 사람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행동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한-중간에도 차이가 많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한국도 작은 나라이고, 일본도 작은 나라다. 모두가 평등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만드는 게 동북아 공동체다. 한국은 민주화 및 경제성장의 경험을 갖고 있으므로 (동북아공동체 실현에)자신감을 갖고 이니셔티브를 행사해도 된다. 한반도는 과거 많은 고통을 겪었다. 한국은 (동북아공동체 실현에)자격이 있고, 책임도 있다.

와다=동북아공동체라는 꿈을 이루려면 역내 국가간에 갈등해소가 필요하다. 한-일관계와 중-일관계가 뒤죽박죽이어선 곤란하다. 한-일, 중-일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둬야 한-중-일 공조도 가능하다. 미국도 자기 이익에 큰 마찰이 없다면 협조할 것이다. 한-일 관계가 좀 잘되려고 하면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폭탄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는다. 좋은 이웃사촌으로 지내려면, 그런 발언은 삼가는 게 좋다. 그런 발언은 과거 한-일의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이 아니다.

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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