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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도, 힌두민족주의 열풍에 테레사 사랑의선교회 원조 차단

등록 2021-12-28 11:34수정 2021-12-29 02:31

테레사 수녀 창립 71년 역사 세계적 구호기구
외국 지원금 유입 차단으로 운영 위기 맞아
배경엔 힌두 민족주의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
모디 총리 집권 후 배타·공격성 강화 흐름
지난 8월 인도 콜카타의 사랑의선교회 시설에 구호 식량을 타러 온 이들의 곁에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콜카타/AP 연합뉴스
지난 8월 인도 콜카타의 사랑의선교회 시설에 구호 식량을 타러 온 이들의 곁에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콜카타/AP 연합뉴스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반기독교 활동이 거세진 가운데 인도 정부가 테레사 수녀(1910~1997)가 만든 사랑의선교회에 대한 외국의 자금 지원을 차단했다. 빈민 구호의 세계적 상징인 이 단체의 활동이 큰 곤경에 부닥쳤다.

<에이피>(AP) 통신은 27일 인도 정부가 사랑의선교회에 대한 외국 지원금 허가 갱신을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내무부는 이와 관련해 ‘부정적 판단이 있었다’고만 밝히고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랑의선교회는 외부기부규제법에 따른 허가 갱신이 거부됐다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외국의 기부로 조성된) 계좌 사용을 중단하라고 우리 센터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조처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내려졌다.

테레사 수녀가 1950년 콜카타의 빈민가에서 시작한 사랑의선교회는 약자 거주 시설, 학교, 병원 등 구호시설을 운영하며 고아와 병자 등을 도와왔다. 지금은 인도를 중심으로 130여개국에서 수녀 5000여명이 시설 700여곳을 운영한다. “가난한 자들 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는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됐다.

인도 정부는 우파 힌두 민족주의의 반기독교 활동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이번 조처를 취했다. 특히 올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폭력적 행태가 두드러졌다. <가디언> 보도를 보면, 아삼주에서는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크리스마스 밤에 교회에 난입해 소란을 피웠다. 하리아나주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힌두 민족주의 단체가 학교에서 진행되던 기독교 행사를 방해했다. 이 주에선 크리스마스 이튿날 교회에 설치된 예수상이 파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다른 곳에서도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기독교 행사장 주변에서 “개종을 멈추라”, “선교사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활동이 활발한 카르나타카주에서만 올해 기독교인에 대한 위협과 폭력 사건이 40건 발생했다. 이 주는 최근 가톨릭을 겨냥한 반개종법을 도입했다. 인도의 가톨릭 인구는 약 1800만명으로 아시아에서 필리핀 다음으로 많지만, 인구 14억의 인도에선 소수 종교일 뿐이다.

명망 높은 사랑의선교회 역시 구호를 미끼로 개종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표적이 돼왔다. 구자라트주 당국은 올해 거주 시설에서 소녀들에게 성경 읽기와 기도를 강요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단체를 조사했다. 사랑의선교회는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비판자들은 그가 집권한 2014년 이후 힌두 민족주의가 더욱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말한다. 인도 정부가 이들의 불법 활동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부기구에 대한 외국 원조에 부정적인 모디 정부는 지난해에는 그린피스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원조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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