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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한, 미 요구에 굴복…원유대금 동결은 한국 의지 부족 탓”

등록 2021-01-11 12:33수정 2021-01-11 13:48

이란 외무차관, 최종건 차관 만나 선박 나포 논의
“기술적 고려와 환경 오염 때문”기존 주장 되풀이
FT “정권 내부자 ‘한국에 모욕 줄 필요가 있었다’”
10일 이란 테헤란 외무부에서 만난 최종건(왼쪽) 한국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 이란 외무부 누리집
10일 이란 테헤란 외무부에서 만난 최종건(왼쪽) 한국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 이란 외무부 누리집
이란 정부가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에게 한국에서 이란 자금이 동결된 것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한국이 굴복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10일(현지시각)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테헤란에서 최 차관과 만났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락치 차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의 원유 결제 대금을 언급하며,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아락치 차관은 또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원유 대금)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이란 외무부 발표를 보면, 아락치 외무차관은 “한국 은행들이 미국 제재를 두려워해 불법적으로 이란 자금 자원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그는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문제에 대해서는 “단지 기술적 고려와 환경 오염 재앙 때문으로 이란 사법부가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며 이란 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란 외무부는 아락치 차관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피하고 헛된 선전과는 거리를 두며 법정에서 조용하게 법적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자”고 한국 정부에 충고했다고도 발표했다.

이란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한국 선박 나포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익명의 이란 정권 내부자가 원유 대금 동결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이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강경파와 가까운 내부자가 “그들(한국 정부)은 (원유 대금 관련) 다툼이 결실을 보지 못한 뒤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의약품과 백신 구매가 간절할 때 이란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우리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 단순히 ‘미안하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와서 그들의 선박에 대해 협상해야만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 보도를 보면, 이 내부자는 ‘이란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의 혼란상도 염두에 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먼저 우리는 미국의 장군들이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빠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계산했다”며 “이란은 미국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 선박 나포는 한국이 우리 돈 수십억 달러 동결을 해제하게 하기 위한 경제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도 사건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익명의 분석가는 “심지어 중국도 이란에 생존을 위한 돈을 줬는데, 한국은 마치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로 대했고 이란을 분노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이라크 은행에서 벌어진 이란 자금 동결을 해제시키라는 압박이 이란 내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한국 선박 나포 배경이라고 짚었다. 이란은 오는 6월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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