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다음날인 3일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출구조사에서 승리가 예측된 집권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가 부인 사라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최근 1년 새에만 세 번째 치러진 2일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되찾았다.
선거 직후 <채널13> 등 현지 방송사 3곳의 출구조사를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의회(크네세트) 전체 120석 중 36~37석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에도 과반 의석(61석)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연립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제1당에 올랐던 중도 성향 청백당이 32~33석으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군 참모총장 출신의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제1당(33석)에 올랐으나 연정 구성에 끝내 실패했다. 극우 울트라오소독스와 토라유대당은 16~17석, 아랍계 연합정당은 14~15석을 확보했다.
집권 리쿠드당과 연정 참여가 확실시되는 유대교 우파 정당들의 예상 의석은 59석으로, 연정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에서 2석이 부족하다. 네타냐후 총리의 한 측근은 <채널 12> 방송 인터뷰에서, 중도좌파 블록에서 일부 탈당자가 나오면서 우파-종교정당 연합의 정부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 13년’ 기록의 4선 총리인 네타냐후는 지난 총선에서 2위당으로 떨어진 데다 뇌물·사기·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기소까지 돼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이번 선거에서 반전을 이뤄내며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부패’ 혐의 재판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3일 “이번 총선에서 누가 연정을 구성하든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며 “2주 뒤인 3월17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재판이 정식 개시되고, 이는 현직 총리가 형사재판을 받는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최종 선거 결과는 4일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2일 투표가 밤늦게 10시까지 진행된데다, 이번 선거부터 새로 도입된 개표 방식, 코로나19 확진·의심 판정을 받아 격리된 유권자들의 투·개표 등 여러 사정 때문에 개표 집계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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