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는 8일(현지시각)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의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흰 점선 동그라미로 표시된 곳이 미사일 공격의 직접 피해를 본 시설물들이다. 플래닛랩스 제공, AP 연합뉴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의 아인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미국의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8일(현지시각) 공개한 2장의 위성사진을 보면, 미군과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 기지 내 5곳이 타격을 받아 곳곳의 건물이 허물어지거나 주변부가 검게 변해 있다. 항공기 격납고로 보이는 구조물 최소 3개 등을 포함해 기지 안의 일부 구조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일부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미사일이 떨어진 활주로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이날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란의 미사일이 떨어졌지만 중대한 피해는 없었다며 헬리콥터 한 대가 부서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다.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가혹한 보복’이라고 보기엔 다소 어려운 결과다. 그런데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 공격으로) 보복을 끝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란의 이런 태도를 두고,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공격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서 ‘영웅’의 죽음에 분노하는 민심을 달래면서도, 무모한 확전으로 치닫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고 나름 절제했다는 것이다.
공격한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이 상대적으로 미군 밀집 지역이 아니라는 점은 이런 판단의 근거 중 하나다. 더구나 아르빌은 미국 영사관이 있지만, 영사관 자체를 겨냥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 미사일을 떨어뜨렸다.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에 공격을 감행한 것은 기지 내에 돌아다니는 인력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고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1시간 전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에게 ‘보복 작전이 개시됐고, 표적은 미군이 주둔하는 곳에 한정했다’고 구두 통보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란의 이런 통보는 이라크를 통해 미국에도 전달됐다. 사실상 보복할 ‘적’에게 미리 계획을 알려줘, 미국이 피해를 줄일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란이 미국인 사상자를 내지 않으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시엔엔> 보도)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세계전략센터의 파이살 이타니 부소장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체면을 세울 만큼 극적이면서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된 반응이 필요했다”며 “이번 공격은 (복수로) 인정받을 만큼 스펙터클하지만 미국이 그 대응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는 않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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