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MQ-4C 트리턴’ 드론. 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심각해진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드론이 이란군에 격추당했다. 최근 유조선 2척의 피격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두 나라가 무력 충돌에 이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유가는 3% 급등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미군의 첩보용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이 미사일로 떨어뜨린 드론은 ‘RQ-4 글로벌 호크’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격추된 드론은 이날 새벽 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페르시아만 남부에서 출격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남부 도시 차바하르로 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드론이 호르무즈해협 서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침범해 첩보 활동을 하다 새벽 4시5분에 방공미사일에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드론 격추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며 “우리의 적이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이란의 주권과 안보, 국가 이익을 존중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우리는 이란 영공을 침범하는 어떤 비행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위반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미군도 이란군에 드론이 격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은 그러나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빌 어번 대변인은 “어떤 미국 비행기도 이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미군은 격추당한 드론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밝힌 기종이 아니라 ‘MQ-4C 트리턴’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 탈퇴에 이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고, 이란은 이에 맞서 핵협정 조항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13일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발생한 일본 유조선 등 유조선 2척에 대한 공격이 이란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이란은 미국의 음모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은 17일 중동에 병력 1천명을 증파해 이란의 위협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중동에 병력 1500명을 증파하고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들을 배치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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